KF80이나 KF94와 같은 보건용 마스크 수급이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영세 마스크 제조 업체들은 마진 폭 축소로 경영난을 호소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건용 마스크는 국내 200여개 업체가 달라붙어 하루 1,200만장 이상을 생산한다. 하지만 제조 원가는 석달 전에 비해 2배 이상 올랐다. 이유는 원자재 값이 더 비싸져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고조되던 지난 2월에는 보건용 마스크 핵심 부자재이면서 단위가격이 가장 비싼 멜트브로운(MB) 필터 가격이 급등해 마스크 제조원가를 끌어 올렸다면, 지금은 일반 부직포인 스펀본드(SB)와 귀걸이 끈, 노즈 클립 등의 부자재 가격이 덩달아 뛰어 마진폭이 줄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수매가격은 고정시켜 놨는데 부자재 가격이 뛰면서 마진이 줄어든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공장 규모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장당 120~150원가량이었던 제조 원가는 현재 260~300원으로 올랐다. 실제 공장 출고가는 350원 안팎에서 500원까지는 오르지 못한 상황이다. 마진이 장당 200원에서 100원 이내로 떨어진 소규모 공장도 늘어났다. 1,500원 공적 마스크의 마진 구조는 약국이 400원, 공적 마스크 유통업체가 200원가량을 가져간다.
부자재 가격이 뛰는 것은 MB필터 등이 들어간 보건용 마스크는 해외로 수출이 원천 금지돼 마스크 업체들이 너도나도 우회로를 찾아 나선 결과다. 보건용이 아닌 공산품인 일반 부직포 마스크 제조로 선회해 수출에 나서다 보니 부자재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소규모로 마스크를 생산하는 B 업체 대표는 “스펀본드나 노즈클립 등의 원자재가 부족하거나 가격이 너무 올라 만들어 봐야 사실상 손해나는 구조”라며 “대형 업체들은 부자재를 대량 조달해 비용을 낮추는 등으로 마진을 맞추지만 우리처럼 영세한 업체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영세 마스크 제조업체들은 국내 마스크 수급이 안정화됐기 때문에 생산물량의 일부를 조기에 해외에 수출하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공적마스크 생산업체 관계자는 “품질이 훨씬 낮은 중국산 마스크는 반품을 당하면서도 세계 시장을 휩쓰는데, 국내 시장에서는 수익성은 계속 더 떨어진 채 공적 역할만 압박받으니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영세 마스크 제조 업체들이 수출이 가능한 공산품 마스크를 만들어 수출해 돈을 벌면서 공적 마스크 제조사들만 힘들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공적마스크 생산량의 일부라도 해외에 수출해 마진을 어느 정도 맞출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수출물량은 가격이 높기 때문에 국내에 납품하는 공적마스크의 박한 마진을 어느정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마스크 수출길이 열리면 바로 진출 위해 미국 FDA 승인을 준비 중”이라며 “수출 승인과 공적 마스크 가격 인하 시기를 적절히 맞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장을 멈출 수밖에 없는 현장이 생겨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최근 보건용 마스크의 공적 물량을 생산량의 80%에서 60%로 낮추고 10%분까지 수출을 허용하기로 의결했지만 이를 앞당겨 시행해 달라는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6월 중으로 가능한 한 빠르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실무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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