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012630)그룹의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 의지가 점점 약화하고 있다. HDC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준비를 위해 파견했던 인력 일부를 6개월 만에 철수시켰다. HDC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취득이 무기한 연기된 가운데 파견 인력마저 철수시키며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악화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환경, 미래에셋 등이 포함된 컨소시엄 내 불협화음 등으로 인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인력철수에 대해 HDC측은 부인하고 있다.
29일 항공 업계와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등에 따르면 HDC는 아시아나항공 본사에 파견했던 인수준비단 인력의 절반을 다음주 복귀시킬 예정이다. 인수준비단은 지난해 11월 HDC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결정되며 출범한 조직이다. 이형기 전무를 필두로 HDC그룹 내 각 부문 전문가들이 참여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작업과 인수 이후 통합(PMI) 작업을 목표로 꾸려졌다. 인수준비단이 출범할 당시만 해도 HDC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실무작업은 예상보다 빠르게 끝이 날 것으로 전망됐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지휘 아래 회계법인·로펌 등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컨설팅을 진행했으며 아시아나항공 임원들을 불러 차례로 1대1 면담을 하는 등 전방위적인 PMI 작업에 착수했다. HDC 측은 상반기 내 인수작업을 끝내고 아시아나항공의 신속한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HDC와 미래에셋그룹 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 구주 인수에 3,228억원을 지급하고 유상증자 2조1,772억원으로 경영정상화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HDC의 입장은 달라졌다. 코로나19로 항공편이 중단되며 아시아나항공이 적자를 내고 완전자본잠식에 빠지자 HDC는 인수작업을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물론 표면적인 이유는 해외 기업결합심사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이지만 대규모 적자로 경영정상화 비용이 예상보다 더 투입돼야 하는 상황에서 머뭇거리게 된 것이다. HDC가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하려고 했던 유상증자 대금 납입 일정 역시 연기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4분기 2,082억원의 영업손실, 5,49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부채비율은 6,280%까지 늘어났다.
급해진 것은 채권단이다.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에 긴급 경영자금으로 1조7,000억원 지원을 결정하며 HDC를 회유했지만 HDC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이런 상황에서 HDC의 파견 인력 철수를 놓고 업계에서는 HDC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 자체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인수합병(M&A) 업계 관계자는 “PMI를 위해 파견했던 인력의 철수는 실사를 마치고 인수작업을 마무리 짓거나 인수 자체를 포기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미래에셋과의 컨소시엄에 균열이 발생하며 인수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HDC와 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인수 발표 직후만 해도 정몽규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직접 만나 인수작업을 논의하며 인수에 가속을 붙였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정 회장과 박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공동목표를 흔들었다. 미래에셋은 코로나19 이후 단기자금 조달금리가 상승하며 인수자금 조달이 부담스럽다. 여기다 해외 선물 지수 급락으로 미래에셋대우(006800)의 경우 1조원대 마진콜(선물 증거금 추가 요구)이 발생했고 미국 호텔 15개 인수와 관련해 중국 안방보험과 소송까지 벌이는 복잡한 현안들에 휩싸였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게 더 급한 셈이다. HDC가 최근 미래에셋대우가 조달할 인수금융 자금 일부를 자체 유동화 증권으로 마련한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HDC와 채권단은 현재 구주 가격을 낮추고 유상증자 시기를 연장하는 것을 조율 중이며, 미래에셋을 배제한 채 단독으로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음주 러시아의 기업결합심사 승인이 나온 후 HDC의 행보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HDC는 인수 준비 인력 철수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HDC 관계자는 “인수단의 모든 인원이 정상적으로 근무하고 있다”며 “인수절차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은 측도 “인력 축소와 관련해 들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은 유동성 문제와 컨소시움내 불협화음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최근 현금성 자산이 늘어나 유동성이 풍부하다”며 “재무적투자자(FI)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기업인들과 재외국민 수송을 위한 전세기와 화물기를 운영하며 실적 방어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30일까지 총 16회에 걸쳐 3,754명의 기업인들을 수송하게 된다. 또한 아시아나는 여객기 운항이 사실상 중단되며 운송이 힘들어진 화물들을 화물칸을 이용해 운송하는 ‘벨리 카고’ 방식으로 운영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수송톤수가 전년 동기 대비 3.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박시진·이태규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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