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의 제너릴일렉트릭(GE)이 창립자 토머스 에디슨의 발명품이자 회사의 상징인 조명 사업을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GE는 경영계의 전설로 불리는 고(故) 잭 웰치 전 회장의 진두지휘 하에 한때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미국 제조업의 상징이자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렸지만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결국 독이 됐다. 실적이 악화 되면서 GE의 상징과도 같은 사업들이 하나씩 전설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GE는 과거 한국 부동산 금융 시장에서도 큰 족적을 남겼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에서 완전히 철수하면서 전설 속으로 사라졌다. 129년 전통의 조명 사업을 매각하면서 GE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때 한국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활약했던 GE의 한국 부동산 투자 역사를 다시 한번 조명해보고자 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 부동산에 투자한 'GE' |
당시 세계 최대의 곡물 기업인 카길도 GE와 같이 회사 내 보유자금을 활용해서 한국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 법인을 설립한 바 있다. 다만 GE와 달리 카길은 한국 부동산 투자 시장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밸류애드' 전략으로 총 투자자산 100여개, 누적 투자규모 2조원에 달해 |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 맞아 서서히 축소, 2014년 한국서 철수 |
부동산금융 업계의 큰 축으로 활약하는 GE 출신들 |
GE는 회사가 한창 성장하던 2007~2008년께 인원이 총 30여명 규모로 늘었다. 당시 GE에서 근무했던 이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신동훈 이지스자산운용 자산관리(AM)부문 대표, 권준영 롯데 AMC 대표, 김현수 국민연금 부동산투자실장, 윤정규 이지스자산운용 해외투자본부장, 오승택 액티스 상무 등이 GE 출신이다. 또한 이호길 전 아센다스코리아 대표, 최경태 전 KT에스테이트 부사장 등이 GE에 있었다. GE 출신들은 지금도 분기에 한 번씩 모임을 가지는 등 부동산금융 업계를 이끌어 가는 하나의 큰 축을 형성하고 있다.
아울러 GE 출신들은 GE에서 단순히 부동산 투자 역량을 키운 것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의 일원으로 근무하면서 배운 것들이 향후 커리어를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박 대표는 “임원들에 대한 트레이닝이 체계적이고 매니저로서 좋은 리더가 갖춰야 할 리더십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한때 미국 제조업의 상징이자 혁신의 아이콘 문어발식 다각화가 부메랑되어 몰락의 길로 |
GE는 1878년 에디슨이 설립한 전기조명회사를 모태로 출발했다. 이후 1892년 발전기와 전등을 만들던 톰슨 휴스턴과 합병해 지금의 GE가 탄생했으며, 이후 수차례 혁신적인 기술들과 제품들을 선보이면서 미국 제조업의 상징이자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최초의 라디오 방송에 사용된 기술(1906년)을 비롯해 토스터·전기레인지·냉장고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또한 1912년 컴퓨터의 핵심 기술이었던 진공관을 선보였으며, 1913년에 개발한 X선 관 덕분에 질병 치료에 X선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등 전 세계인의 일상을 크게 바꿔 놓은 기술과 제품들을 개발했다.
특히 지난 3월 타계한 고(故) 잭 웰치 회장은 GE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는 1981년부터 2001년까지 20년간 GE를 이끌며 1,000개에 달하는 기업을 인수하는 등 문어발식 확장을 통해 GE를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키웠다. 웰치 전 회장이 GE를 이끌던 20년 동안 매출은 4배 이상 증가했고, 시가총액은 26배 정도 커졌다. 웰치 전 회장이 적용한 대표적인 경영 방식으로는 ‘식스 시그마’가 있다. 식스 시그마는 100만 개의 제품 중 3~4개의 불량만을 허용하는 품질 혁신 운동으로 웰치 전 회장은 1996년부터 식스 시그마 도입을 선언하고 전사에 적용했다. GE는 식스 시그마 도입으로 1999년 20억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뒀다. 이 같은 탁월한 실적 덕에 웰치 전 회장은 ‘세기의 경영자(Manager of the Centry)’, ‘경영의 교과서’라는 높은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많은 직원을 해고해 ‘중성자탄 잭(Neutron Jack)’이라는 악명도 가지는 등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웰치 전 회장의 진두지휘 하에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했던 GE는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웰치 전 회장이 이끈 다각화와 문어발식 확장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기 때문이다. GE는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처음 만들어진 1896년부터 편입된 원년 멤버였으나 2018년 6월 다우지수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당했다. 또한 2018년 3·4분기에는 주가가 10년래 최저수준으로 떨어지고 실적이 악화되면서 분기 배당금을 단 1센트만 지급해 투자자들을 절망에 빠뜨렸다. 이처럼 계속해서 추락하던 GE는 결국 그룹의 상징과도 같은 조명 사업마저 내놓게 됐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