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7일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조사를 받은 미래에셋그룹에 4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박현주 회장에 대해선 검찰 고발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향후 검찰의 판단과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미래에셋의 법 위반 정도가 검찰에 고발할 만큼 중대하지 않다”고 밝혔으나 검찰이 ‘의무고발요청제’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정위 발표로 미래에셋그룹은 그동안 중단됐던 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IMA) 사업을 다시 추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자본시장법상 대주주를 상대로 금융위·공정위·국세청·검찰청 등의 조사가 진행되는 경우에는 인허가가 보류되는데 이제는 금융당국이 박 회장의 대주주 적격성 논란을 이유로 발행어음 사업을 인가하지 않을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남은 관심은 검찰이 자체 수사를 통해 박 회장의 ‘직접 지시’에 대한 증거를 포착하고 고발 조치에 나설지 여부에 쏠립니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공정위는 전속고발권을 갖지만 이 법 71조에 근거해 검찰총장이 공정위에 고발을 다시 요청할 수는 있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도 “검찰이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는 반드시 이를 따라야 한다”며 “현재 미래에셋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와 관련해 검찰이 어떠한 판단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8일 미래에셋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 요청을 하고 관련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에서 “박 회장 일가의 개인회사에 그룹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준 것이라면 박 회장의 의중이 반영되지 않을 수 없다”며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은 것은 증거 획득에 실패했음을 의미할 뿐 그 자체로 미래에셋그룹에 면죄부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이 공정위에 이 사건을 고발할 것을 요청한다”며 “검찰은 향후 수사를 통해 박 회장 일가의 개입 여부를 밝혀내고 법에 따라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에 대해 그룹 관계자는 “금산분리 원칙에 의해 그룹 내 비금융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이 불가피하게 운영을 맡을 수 밖에 없었다”며 “운영 적자로 인해 오너 일가에 실제 이익으로 돌아간 부분은 없고 오희려 지난 10년간 미래에셋 배당 전액인 250억원을 사회에 환원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7일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총수 일가가 부당 이득을 취한 미래에셋그룹에 시정명령과 함께 43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공정위는 그룹 계열사들이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미래에셋컨설팅이 운영하는 블루마운틴CC 골프장, 포시즌스호텔과 부당한 내부 거래를 하면서 박 회장 일가에 이익을 몰아줬다고 판단했죠. 미래에셋컨설팅은 박 회장(48.63%)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이 91.86%에 이르는 회사입니다.
미래에셋그룹 계열사 11곳이 지난 2015년부터 약 3년 동안 블루마운틴CC, 포시즌스호텔과 거래한 금액은 총 430억원이었습니다. 공정위는 이들 사이의 내부거래가 해당 기간 전체 매출액(1819억원)의 23.7%에 해당해 ‘상당한 규모’라고 봤습니다. 이러한 내부 거래를 통해 미래에셋컨설팅의 매출액은 2014년 176억원에서 2017년 1,100억원으로 급증했습니다.
공정위는 그룹 계열사가 고객 접대와 각종 행사 등을 위해 미래에셋컨설팅의 골프장과 호텔을 이용한 것이 사실상 강제된 것이라고 판단하면서도 박 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은 하지 않기로 했죠. 이러한 제재 방안을 놓고 일각에서는 ‘솜방망이 처벌’ ‘봐주기 조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박 회장이 사업 초기에는 골프장과 호텔의 영업 방향과 수익 창출 가능성 등을 언급했으나 직접적으로 사용을 지시한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미래에셋그룹에 대한 제재는 법 위반 정도와 효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라며 “공정위가 ‘느슨한 법 집행’으로 기조를 변경한 건 아니다”고 해명했습니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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