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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반도체 '초격차'.. 삼성, 평택에 8조 들여 낸드플래시 라인 증설

코로나19, 미중 무역분쟁, 국정농단 재판 와중에 선제적 투자

클린룸 건설 시작해 내년 하반기께 128단 제품 등 양산 예정

올해 시안 공장 투자 등 압도적 1위 유지할 전망

일각에서는 '치킨게임' 통한 수익 확대 전략이라는 분석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2라인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005930)가 D램에 극자외선(EUV) 공정을 사상 최초로 적용한데 이어 낸드플래시 부문에 추가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반도체 ‘초격차’에 나선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미·중 무역분쟁 격화,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이재용 부회장 재판 등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진짜 실력’을 보여주기 위한 행보란 분석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2라인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라고 1일 밝혔다. 투자규모는 8조원 내외 수준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측은 지난달 평택 2라인에 낸드플래시 생산을 위한 클린룸 공사에 착수했으며 관련 제품 양산은 내년 하반기에 시작된다. 보통 클린룸 건설에 1년여, 각종 반도체 장비 입고 및 가동까지 1년여 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건설 및 가동 시기를 앞당기는 셈이다. 지난 2015년 조성된 평택캠퍼스는 삼성전자 차세대 메모리 전초기지로서 세계 최대규모의 생산라인 2개가 건설됐다. 이번 투자로 증설된 라인에서는 삼성전자의 최첨단 V낸드 제품이 양산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4분기 반도체 부문 시설투자에 3조6,000억원을 집행한 반면 올 1·4분기에는 관련 투자액을 6조원까지 늘리는 등 불확실한 시황 속에서도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 같은 투자 기조가 지속될 경우 올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비 투자액은 지난해 연간 투자액(22조5,649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2공장을 예정대로 가동하며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공격적 투자 계획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8월 중국 시안 2공장에 약 3년간 70억달러(약 8조3,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으며 2단계로 80억달러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이에따라 삼성전자의 시안 2공장 투자규모만 총 15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며 2단계 투자가 완료될 경우 시안 2공장의 낸드플래시 생산량은 월 13만장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달 시안 공장 현장을 방문해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는 없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거대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며 또다른 초격차를 주문한 바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후 중국을 방문한 글로벌 기업인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평택 공장에 대한 이번 추가 투자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능력은 경쟁 업체 대비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최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 부사장은 “이번 투자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메모리 초격차를 더욱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최고의 제품으로 고객 수요에 차질없이 대응함으로써 국가경제와 글로벌 IT산업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2라인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도래와 5G 보급에 따라 중장기 낸드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언택트’ 라이프스타일 확산으로 서버에 탑재되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의 고부가가치 낸드 제품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적극적인 투자로 미래 시장기회를 선점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2002년 낸드플래시 시장 1위에 올라 현재까지 18년 이상 1위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해 7월에는 업계 최초로 6세대(1xx단) V낸드 제품을 양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치킨게임’을 벌여 수익성을 끌어올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D램 시장의 경우 2009년 독일의 키몬다가 파산한데 이어 2012년 일본의 엘피다까지 파산하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중심의 3개 업체 과점 시장이 형성돼 있다. 이 덕분에 지난 2017년부터 2년여동안 진행된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간에 이들 D램 업체들은 수십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두기도 했다.

낸드플래시 부문은 올 1·4분기 기준 삼성전자가 33.3%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 중인 와중에 키옥시아(19.0%), 웨스턴디지털(15.3%), 마이크론(11.2%), SK하이닉스(10.7%), 인텔(9.9%) 등 6개 업체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키옥시아(옛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이 합작사를 운영중에 있다는 점에서 5개 업체가 과점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낸드플래시 부문에서는 압도적 원가경쟁력을 보유한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는 큰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의 YMTC가 올 연말 SK하이닉스의 현 기술력과 비슷한 수준인 128단 낸드플래시 제품 양산에 나서겠다고 최근 밝히는 등 경쟁이 보다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낸드플래시 투자를 기반으로 여타 업체와의 점유율 격차를 벌리는 것은 물론 원가 경쟁력도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낸드플래시 부문은 기술 진입장벽이 D램 대비 낮다고 하지만 최근 낸드플래시를 활용한 솔루션 제품의 경쟁력이 중요해지면서 삼성전자가 보유한 ‘컨트롤러 IC’ 기술 등 관련 경쟁력이 추가 이익 확보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삼성전자의 과감한 투자 행보가 이병철 창업주·이건희 회장 등으로 이어내려온 ‘오너 경영’ 덕분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낸드플래시 가격이 몇달째 제자리걸음을 하는데다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상당한 상황에서 전문경영인의 결정만으로 이같은 투자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실제 이재용 부회장은 올 초 화성사업장 내 반도체 연구소를 방문한데 이어 2월에는 화성사업장 EUV 라인을 방문해 ‘초격차’를 강조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 현장 경영에 이어 평택 파운드리 라인 조성 계획을 밝히는 등 공격적 경영행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D램 시장 진출 후 ‘스택’방식 도입, 300mm 웨이퍼 생산라입 선제 도입 등 이건희 회장의 앞선 경영판단으로 시장을 선도한 바 있다”며 “이번 낸드플래시 투자 또한 이재용 부회장의 결단 덕분으로 보이며 또다른 초격차를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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