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벼랑 끝에 내몰린 면세업계가 정부의 임대료 추가 감면과 재고품 판매 개시로 숨통이 트이게 됐다. 매출이 80% 이상 급감한 상황에서도 매월 수백억원을 내고 있던 공항 면세점 임대료를 최대 75% 감면해주기로 한 것. 여기에 창고에 쌓여 있는 3조원 규모의 재고품 판매도 이달부터 개시하면서 사상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면세업계에 오랜만에 웃음이 번지고 있다.
◇임대료 최대 75% 감면 “한 숨 돌렸다”=1일 국토교통부의 추가 지원책에 따르면 주요 공항에 입점한 대·중견기업 면세점은 최대 6개월(3~8월)간 임대료를 최대 50% 감면 받는다. 중소 면세점은 감면율이 기존 50%에서 75%로 확대됐다.
또 현재 3~5월까지 적용 중인 납부 유예 기간을 업체별 임대보증금 범위 내에서 최대 6개월(3~8월)로 연장하고 납부유예된 금액도 이후 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울러 임대료 납부 유예(3~8월) 종료 이후 6개월간 임대료 체납에 대한 연체료도 인하해주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항공사와 업계가 협의한 내용을 최대한 반영했다”며 “이번 감면율 확대로 공항 입주기업들은 총 4,008억원의 임대료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책의 사각지대에 있던 대기업 면세점들은 일단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앞서 정부는 대기업 면세점에 한해 임대료 20% 감면 카드를 내놓는 대신 내년 할인을 포기할 것을 요구해 업계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감면분을 내년에 내게 됐던 단서가 사라지고 감면율도 크게 올라갔다”며 “업계 현실을 감안한 지원책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재고면세품 온라인서 ‘반값’ 할인=창고에 쌓여 있는 3조원 규모의 재고 처리도 속도를 내게 됐다. 지난달 관세청이 면세품의 내수 판매를 허용한 지 한 달 만이다. 신세계(004170)면세점은 명품 수입에 특화된 계열사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의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를 통해 오는 3일 오전 10시부터 재고 면세품의 예약 판매를 시작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판매하는 브랜드는 발렌시아가, 보테가 베네타, 생 로랑, 발렌티노 등으로 가방과 지갑, 소품 등을 중심으로 판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 가격은 백화점 정상가격 대비 10~50% 할인된 수준으로 책정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정부에서 정책적 배려를 해줬기 때문에 마진은 없는 수준으로 재고 처리에 중점을 뒀다”고 전했다.
롯데면세점도 이달 말 10여개 브랜드를 백화점과 아웃렛 등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판매할 예정이다. 롯데온을 통한 온라인몰 판매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면세점도 다수의 온·오프라인 유통채널과 이달 말 판매를 목표로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등 3대 명품 브랜드와 화장품 등은 이번 재고품 판매에서 제외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고급 명품보다는 컨템포러리 혹은 매스티지에 속하는 브랜드가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코로나 장기화는 여전히 우려=면세업계는 정부의 추가 임대료 감면과 재고품 판매 개시로 숨통이 트였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올 하반기 여객수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또 다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지난 4월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은 전달보다 57% 감소하며 매달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면세점 월매출도 4년 만에 1조원을 밑돌며 매출 감소폭도 커졌다. 업계는 제주점 등 일부 공항의 면세점 운영을 중단하면서 비용 감소에 나선 상태다. 신세계면세점은 20억원의 위약금에도 불구하고 제주면세점 진출을 포기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임대료 감면이 8월까지인데 지금 추세를 보면 코로나19 사태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업계와 정부가 가을 이후 추가 대책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