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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54> “GDP 두배 못해도 절대빈곤은 없애겠다” 말하지만...역성장 전망에 쉽지 않을 듯

■샤오캉사회 앞두고 절대빈곤 ‘제로’ 제시한 中

중국 베이징 관할의 한 촌민위원회 조직도 모습. 맨 위쪽 가운데가 ‘당지부 서기’이고 왼쪽이 ‘제1서기’, 오른쪽이 ‘촌민위원회 주임’으로 적혀 있다. 아래로 각 책임자들의 사진과 함께 담당 업무가 표시돼 있다. /최수문기자




지난해 12월31일 공개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020년 신년사’를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1년간 많은 이들과 사건들이 우리를 감동 시켰다. 늘 초심을 지켰던 장푸칭, 청춘과 생명을 빈곤퇴치 사업에 바쳤던 황원슈(黃文秀), 화재 현장의 31명 쓰촨 용사들, 전우를 지킨 두푸궈, 11연승으로 세계선수권대회 1위에 오른 여자배구팀 등 수고와 희생을 아끼지 않은 이들은 평범함으로 평범하지 않은 인생 스토리를 남겼다.”

다소 설명을 덧붙인다면 여기서 장푸칭과 두푸궈는 군인이다. 장푸칭은 국공내전에도 참전했던 노병이고 두푸궈는 지뢰제거 중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상이군인이다. 중국이 군 우선 사회이기 때문에 군 출신의 이름이 두 명이나 불려졌다. 쓰촨 용사는 쓰촨성에서 산불 진압중 사망한 소방관들이다.

그중에서 황원슈는 특이하다. 그녀는 1989년 출생으로 산시장치학원(대학) 학생 때인 2011년 공산당원이 됐다. 이후 베이징사범대학에서 법학석사 학위를 받았는데 요즘의 다른 젊은이들처럼 대도시에 남지 않고 자신의 고향인 광시좡족자치구 바이스시로 돌아왔다. 이후 바시스시 공산당위원회 선전부에서 일하다가 2018년 3월 바이스시에 속한 러예현 신화진 바이니촌 촌민위원회 제1서기에 임명됐다. 일요일이었던 지난해 6월16일 저녁 마을로 돌아오다 때마침 홍수로 불어난 물에 휩쓸려 사망했다. 공산당은 그를 순직 처리했다.

중국에서 매년 사고로 숨지는 공무원이 한둘이 아닌데도 이렇게 국가주석 신년사에 이름이 등장한다는 것은 중국 정부가 그만큼 이 사안에 대해 비중을 둔다는 의미다. 요즘 젊은이가 대도시를 마다하고 산간오지에서 빈곤퇴치를 위해 일한 것이 중국으로서는 중요한 ‘선전’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고(故) 황원슈 본인도 선전부 출신이기도 하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제1서기’의 명칭이다. 서기는 중국내 특정 조직의 수장을 의미하는 데 ‘제1서기’는 이름 그대로 그중에서도 첫째 자리다. 이를 테면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은 한때 중국공산주의청년단 중앙서기처 제1서기를 역임했다.

중국 일선 지방정부에도 제1서기가 있다. 고 황원슈의 직책은 촌민위원회(촌위) 제1서기였다. 중국에서 가장 기본적인 행정조직은 촌위인데 원래 촌위의 수장은 당지부서기와 주임으로 구성된다. 우리 식으로 촌위가 면사무소라고 가정하면 주임은 면장이고 당서기는 면의 여당위원장이다. 물론 당·국가 체제인 중국은 당서기가 주임의 우위에 선다.

중국 공산당은 촌위에 별도로 공산당에서 지명하는 ‘제1서기’를 파견하고 있다. 대상은 일단 젊어야 하고 업무지식도 풍부해야 한다. 업무는 빈곤퇴치와 농촌진흥이다. 시진핑이 집권한 후 빈곤퇴치에 대해 주력하기 위해 2015년 이 제도를 만들었다고 한다. ’제1서기’는 이름 그대로 기존 조직의 ‘당서기’에 버금가는 지위다. 황원슈는 서른살에 촌위 ‘제1서기’가 됐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중국 전체 촌민위원회에 20여만명의 제1서기가 있다. 시진핑이 신년사에서 일부러 황원슈를 언급한 이유를 이제 알 수 있을 듯하다. 20여만명의 제1서기들이 황원슈를 본받아 목숨을 사리지 않고 빈곤퇴치에 진력하라는 것이다.

빈곤퇴치는 지난 2013년 시진핑 집권 이후 줄곧 외쳤던 ‘전면적인 샤오캉(小康) 사회’ 실현의 주요 사업이었다. 올해 들어서는 그 중요성이 더해졌다.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까지 중국의 분기 경제성장률이 거의 반세기 만에 마이너스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지난 1·4분기 성장률은 전년동기 대비 -6.8%(전분기 대비로는 -9.8%)였다. 현재 중국 경제상황이라면 2분기에도 역성장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1.2%로 제시했다. 작년에는 6.1%가 성장했었다. 경제성장률이 1년 만에 무려 5%포인트가 하락하는 셈이다.

중국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내년 2021년에 ‘전면적 샤오캉 사회’를 실현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샤오캉 사회는 유교경전에 나오는 말인데 ‘모든 국민이 기본적으로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상태’를 뜻한다. 이른바 ’개혁개방‘의 총지휘사인 덩샤오핑이 처음 언급했던 말로 이후 공산당원들은 이를 지상명령으로 여기고 있다.

중국 남서부 구이저우성 톈주현의 진산촌 농민들이 인터넷쇼핑 채널을 통해 집에서 키운 닭을 홍보하고 있다. 이들의 양계장은 정부의 빈곤퇴치 자금의 지원을 받는다. /신화연합뉴스


장쩌민 전 국가주석은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동안 국내총생산(GDP)를 두 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그 정도면 샤오캉 사회에 맞는 소득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마지막 해인 올해는 적어도 5.6% 성장이 필요했다. 당초에는 손쉬울 것으로 여겨졌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중국에서 시작되고 이것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면서 이제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가 됐다.

중국은 덩치에서는 미국과 함께 주요2개국(G2)라고 일컬어지지만 개인소득면에서는 미국보다 한참 아래다. 지난해에야 1인당 GDP가 7만892위안(미화 1만276달러)으로 1만 달러의 관문을 돌파했을 뿐이다. 여전히 개발도상국이라는 점에서 잠시라도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크나큰 사회적 충격인 셈이다.



물론 중국 정부는 나름 합리화에 나서고 있다.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장관급)은 올해 끝나는 13차 5개년 경제개발 계획(13·5규획)에서 전면적 샤오캉 사회 완성을 위한 대부분 지표가 이미 목표치에 도달했다고 앞서 주장한 바 있다. 허 주임은 “올해 중국이 1%만 성장해도 GDP는 10년 전의 1.91배에 달한다”면서 지난 10년동안 GDP를 정확히 2배로 늘리진 못 하더라도 종합적 목표에 거의 다가갔으니 사실상 샤오캉 사회를 건설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나름대로의 해석을 내놓았다.

그래도 공산당답게 대외적으로 표시 나는 성과는 있어야 한다. 중국이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내놓은 것이 모두가 잘사는 국가다. 그러려면 적어도 절대빈곤에 허덕이는 국민은 없어야 한다. 중국 정부가 빈곤퇴치를 담당할 ‘공무원’을 지정하고 목표치까지 정해서 열을 올리는 이유다.

지난달 22일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 발표한 ‘정부업무보고’에는 작년 한해동안 1,109만명의 절대빈곤 인구를 줄였다는 항목이 나온다. 당초 작년 목표치는 1,000만명이었지만 이를 10% 이상 초과 달성했다는 자랑이다.

그럼 절대빈곤 인구를 어떻게 줄였을까. 중국 매체들의 설명에 따르면 가장 중요하게는 소득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재정을 투입해 농촌에 농장이나 공장을 만들어 주고 농민들이 일하게 한다. 그리고 알리바바나 징둥 등 전자상거래 기업들을 동원해 생산물을 도시로 팔게 한다. 당연히 주민들에게는 소득이 생기게 된다. 너무나 척박한 땅에 거주해 소득을 낼 수 없는 경우는 아예 주민들을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킨다. 중국 방송에는 새로운 주택을 지급받고 기뻐하는 오지 농민들의 뉴스가 종종 나온다.

중국에서 절대빈곤 인구는 작년 기준으로 연간 1인당 가처분소득 2,390위안(약 41만원) 미만을 의미한다. 지역 수장들로서는 시진핑의 역점 사업인 빈곤퇴치 사업에 총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 빈곤퇴치 사업의 최일선에 있는 사람이 앞서 말한 ‘제1서기’다. 절대빈곤 인구는 주로 오지에 분포해 있는 농민이기에 이들의 업무는 어려움의 연속인 셈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리커창 국무원 총리가 22일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자리에 착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물론 그러다 보니 종종 무리수도 두게 된다. 지난 1월 장쑤성 성정부는 작년말 현재 장쑤성 내 절대빈곤 인구가 17명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인구 8,000만명인 장쑤성의 절대빈곤 인구가 이렇게 극적으로 줄었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수치에는 신뢰성이 떨어져 보인다. 중국의 한 네티즌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장쑤성에 17명의 절대빈곤 인구만 남았다는 데 아쉽게도 내가 그중에 한 명”이라고 올린 글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중국의 절대빈곤 인구는 통계상으로 지난 2012년 9,899만명이었다. 이것이 2018년 1,660만명으로 줄었고 지난해 말에는 551만명만 남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리 총리는 2020년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빈곤인구를 올해는 제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이런 ‘공약’을 올해 실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빈곤퇴치를 위해서는 결국 경제성장이 이뤄져야 하는 올해 사정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위축된 중국 내외의 소비수준에 더해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으로 인한 미중 갈등도 나날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시작된 중국의 대외 위기는 2018년부터 3년째 이어지면서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1인당 GDP도 전체 소득을 평균한 것 뿐이지 빈부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달 28일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1인당 연간 평균 가처분소득은 3만위안(약 516만원)에 달하지만 그중 하위 6억명의 평균 월수입은 1,000위안(약 17만원)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리 총리 스스로 “1,000위안 수입으로는 중국내 중간 규모 도시(인구 50만∼100만명)에서도 집세조차 낼 수 없는 수준”이라고 토로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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