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단군 할아버지의 후손이라는 단일민족이 아니라 수만 년 동안 혼혈로 진화한 민족이라는 연구가 나왔다.
박종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부 교수가 대표로 있는 ‘클리노믹스’는 158명의 현대인과 115개의 고대인 게놈(genome·유전체)을 분석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이 회사는 동북아 고대인, 최초의 고래 게놈, 호랑이 게놈, 한국인 표준 게놈 사업 등에 참여하고 있다.
연구팀이 생정보학 기술로 현대인과 고대인의 게놈 273개를 슈퍼컴퓨터로 분석, 한국인은 ‘수만 년 동안 동남아시아에서 여러 차례 올라온 사람들과 그 자손들의 복잡한 혼혈’로 조사됐다. 한국인에게 일어난 가장 최근의 혼혈화는 석기시대에 널리 퍼진 선남방계(북아시아 지역) 인족과 4,000년 전 청동기·철기 시대에 급격히 팽창한 후남방계(남중국 지역) 인족이 3대 7 정도 비율로 혼합되면서 지리적으로 확산했다. 이같은 주장은 ‘중앙아시아 쪽에서 동쪽으로 대륙을 건너온 북방계와 남쪽에서 온 중국계 남방계가 혼합해 한국인이 형성됐다’는 기존 학설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2017년에 8,000년 전 신석기 동굴인(선남방계)과 현대의 베트남계 동남아인(후남방계)을 융합했을 때 한국인이 가장 잘 표현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는 추가로 4만년에서 수천 년 전 동아시아와 동남아 고대인 게놈 데이터 115개를 분석, 선남방계(북아시아지역인)와 후남방계(남중국지역인)의 혼합이 수천 년부터 있었다는 점을 증명했다.
박종화 교수는 “한국인은 생물학적으로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수만 년 동안 동아시아에서 확장·이동·혼혈을 거쳐 진화한 혼합 민족”이라며 “중국을 비롯한 다양한 아시아의 많은 인족과 밀접하게 엉켜있는 친족체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옥스퍼드대 출판사 ‘게놈 생물학과 진화’ 온라인판에 실렸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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