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여드레 만에 임단협 교섭을 이어갔다. 이날 양측은 노조 측 교섭위원의 교섭시간을 근무로 인정하느냐를 두고도 4시간 넘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평행선을 달렸다.
3일 오후 삼성디스플레이 노사는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만나 2차 본교섭을 진행했다. 사측에서는 김종근 삼성디스플레이 글로벌 인프라 총괄 상무와 인사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 노무사 등 7명이 참석했다. 노조는 김정란 노동조합 공동위원장을 비롯해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 정태교 한국노총 금속노련 조직국장 등 11명이 자리했다.
지난 2월 출범한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사측과 마주하는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상급단체인 한국노총 산하 금속노련의 힘을 빌리고 있다. 오랜 기간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 온 삼성그룹의 신생노조가 사측과 일대일로 맞붙기에는 협상 경험이나 교섭력이 부족하다는 자체적 판단이 이유다. 그 결과 외부 인사인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과 정태교 금속노련 조직국장 등이 교섭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사측은 SK하이닉스 전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만재 위원장의 등장에 부담스러운 눈치다.
이 때문인지 노사는 교섭을 시작하는 단계부터 껄끄러운 모습을 보였다. 양측 모두 ‘상생과 신뢰의 노사관계를 만들어 나가자’는 대원칙에는 공감했지만, 참석자들 발언에서 느껴지는 온도차는 컸다. 사측은 취재진을 의식해 최대한 말을 아꼈다. 김종근 상무는 모두발언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반면 김만재 위원장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께서 노조와의 상생·화합을 언급했듯 (사측은) 좀 더 적극적이고 전향적 자세로 교섭에 임해달라”며 사측을 압박했다. 또한 지난 2일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삼성디스플레이 대표를 포함한 삼성그룹 사장단 20여 명과 만나 미래지향적인 노사관계에 대해 논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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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노조 측은 이동훈 대표가 임단협 교섭에 불참한 것을 두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대응’이라고 평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1차 본교섭 때도 교섭위원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현행 노조법 제29조는 교섭권한 위임조항을 두고 있어 대표이사가 아닌 임직원, 노무법인 등 제3자가 교섭에 참석해도 문제는 없다. 그럼에도 금속노련과 삼성디스플레이 노조가 이 대표의 참석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실무적·심리적 우세를 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의 ‘무노조 경영’ 원칙 폐기 이후 가장 빠르게 임단협 절차에 들어간 노조로서 대표이사를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실질적 힘’을 보유한 조직이라는 점을 사내외에 알릴 수 있는 부수적 효과도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대표이사의 본교섭 불참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기업 노무관계에 정통한 한 노무사는 “교섭 내용에 대해 최종 결정권한이 없는 사용자 교섭위원이 교섭에 참석할 경우, 대개 성실한 교섭이 이뤄지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대표이사가 교섭위원으로 참석하지 않은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가급적 회사 대표자가 참석해야 민감한 주제에 대한 합의가 원활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4시간 넘게 이어진 이날 교섭에서 양측은 생산직 희망퇴직과 같은 민감한 사안에 접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앞으로 노사가 만나는 일정과 시간을 비롯해 노조 측 교섭위원들의 근태문제 등 본교섭을 위한 기본적인 합의를 매듭지었다. 김만재 위원장은 “지난 4월부터 사측에 교섭 요구를 하고 오늘에서야 월 3회 교섭, 일정, 교대근무하는 교섭위원들의 근태 문제를 겨우 합의했다”며 “이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원칙을 폐기했다고 하지만 현장 단위에서는 실현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저희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중소형·대형 디스플레이 사업부를 통틀어 2,000여 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했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노조 가운데 제일 큰 규모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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