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금융투자회사들은 총 1조378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금융투자회사의 순매수가 1조원을 넘긴 것은 지난 1998년 집계 이후 처음이다. 금융투자회사들의 순매수를 자극한 것은 외국인의 코스피200 선물 매수세였다. 외국인이 한때 선물시장에서 8,000억원이 넘는 매수 우위를 보이면서 코스피200 선물은 간만에 콘탱고(contango·선물가가 현물가보다 높은 것)를 나타냈다.
그간 코스피200 선물시장은 공매도 금지, 코로나19 장세로 인해 꾸준히 선물가가 현물가보다 낮은 ‘백워데이션’ 장세를 이어갔다. 이에 비교적 비싸진 코스피200 선물을 팔고 저렴한 코스피200지수 현물을 사려는 증권사들의 프로그램 매매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코스피200지수에 증권사의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코스피가 2,100선을 넘기면서 개인은 총 1조3,20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차익실현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지난 두 달 동안의 장세에서 ‘개인이 기관을 앞질렀다’는 의견이 나온다. 개인은 4~5월 총 7조5,9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기관은 2조21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그 사이 코스피는 1,750선에서 2,020선까지 오르며 약 15% 반등했다. 금융당국에서 오는 9월15일까지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하면서 증권사의 프로그램 현·선물 매매가 묶인 것도 영향을 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투자회사의 주식 거래 중 프로그램 매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7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공매도 제한으로 선물을 사고 현물을 파는 거래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됐다”며 “이 가운데 외국인 선물이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는 국면이 지속되다 보니 프로그램 현물 수급도 방향성 없이 흐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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