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오전10시 제주 노형로에 위치한 GS(078930)칼텍스 무수천주유소에서 8개의 날개를 단 2m 길이의 드론 2대가 굉음을 내면서 상공으로 떠올랐다. ‘아이돌샌드위치’를 실은 드론은 구불구불한 산길을 돌아가는 대신 하늘을 직선으로 날아 3분 만에 인근의 해안초등학교 학생들에게 간식을 배달했다. 50인분의 디저트를 실은 나머지 한 대의 드론도 1.3㎞를 날아 스몰웨딩이 진행된 한 펜션에 도착했다.
무인 배송차량에 이어 무공해 드론 배송까지 등장하며 유통업계의 물류혁신이 현실화되고 있다. GS리테일(007070)과 GS칼텍스는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제주도와 손잡고 업계 최초로 드론 배송 시범서비스를 선보였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상품을 주문하면 인근의 GS칼텍스 주유소에서 받아 드론으로 배송하는 방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드론 물류혁신의 기폭제가 됐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언택트) 소비가 활성화됐지만 기존 물류차량으로는 도서·산간지역까지 접근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히 긴급 재난상황이 발생했을 때 드론을 활용하면 생수와 도시락·식재료 등 생필품과 구호물품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자 해외에서는 이미 드론의 활약이 일상화되고 있다. 미국 기업 집라인은 아프리카에 드론을 띄워 코로나19 진단용 검체를 병원으로 보냈다. 중국에서는 드론이 코로나19로 격리된 주민에게 생필품을 배송했다. GS리테일의 한 관계자는 “오는 9월부터 연말까지 한 달에 두 차례 시범운영을 거쳐 드론 배송 상용화 단계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평도·백령도·마라도 등 도서지역에 입점한 점포를 거점으로 인근 부속 도서·산간지역 주민들에게도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는 혁신물류망을 구축한다는 게 GS리테일의 계획이다. 조윤성 GS리테일 사장은 “전국 1만5,000점포의 오프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사회적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며 “드론 물류의 선도적 도입은 물류 사각지대의 주민을 위한 사회공헌을 확대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GS칼텍스는 주유소를 드론 배송의 물류거점으로 활용하며 ‘미래형 주유소’ 전략의 포문을 열었다. 기존에 GS칼텍스가 주유소에서 주유·세차·정비 등 전통적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최근에는 ‘모빌리티 허브’로서의 기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휘발유·경유·액화석유가스(LPG) 외에 전기차·수소차 충전까지 할 수 있는 융복합 에너지 스테이션을 지난달 27일 선보인 것에 이어 본격적인 ‘로지스틱(물류) 허브’로서 기능을 추가했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이날 시연행사에서 “주유소는 물류차량의 진입이 쉽고 물건 적재공간이 충분할 뿐 아니라 전국에 분포돼 있어 물류거점화에 적합하다”며 “드론 배송을 비롯해 주유소를 활용한 다양한 물류 서비스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전국의 주유소를 택배거점으로 활용하는 ‘홈픽’ 서비스 또한 제공해왔다.
이에 앞서 GS칼텍스는 다양한 분야에서 드론 활용을 시도했다. 지난 4월 인천물류센터에서는 유류 샘플을 드론으로 배송하는 시연행사를 열기도 했다. 그동안 GS칼텍스는 유조선이 해상 부두에 접안해 유류를 하역하기 전 제품을 확인하기 위해 소형 선박으로 샘플을 운반해왔다. 이를 올해 안에 드론 배송으로 대체한다는 게 GS칼텍스의 목표다. GS칼텍스는 2015년부터 여수공장에서 인력 접근이 어려운 설비 상부의 부식과 균열 점검에도 드론을 활용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드론을 이용한 물류 서비스 사업 확대도 진행되고 있다. 산업부는 앞으로 적용 분야를 확대하고 대상 지역도 도서산간→도시외곽→도심으로 단계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민간기업이 유통물류 배송 상용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착수하면서 발생하는 규제 애로는 ‘규제샌드박스’제도 등을 통해 지원할 예정이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드론 배송 서비스가 자리 잡으면 도서·산간지역에도 생활·안전장비 물품을 신속하게 배송할 수 있다”면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도시 외곽과 도심으로 서비스를 차츰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비행 거리와 적재 무게를 늘린 수소드론을 개발하고 전기·수소 충전 및 주유소 네트워크와의 연계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효정·박민주기자 j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