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세계은행(WB)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치인 2.5%에서 -5.2%로 7.7%포인트 하향 조정하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불황”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약 3배 가파른 경기 침체”라고 평가했다.
지금까지의 경제 위기(Crisis)는 주요국의 통화·재정정책 실패, 국제유가 급변동 등과 같은 다양한 원인이 복합돼 촉발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세계은행은 이번 세계 경제 위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염병 한 가지 원인으로 촉발된 최초 위기 사례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세계은행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불황”이라며 전망치를 한 번에 무려 7.7%포인트 내려 잡은 것은 글로벌 경제에 미친 코로나19 충격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코로나19 쇼크는 경제 규모·지역을 가리지 않았다.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각각 -6.1%와 1.0%로 제시했다. 세계은행은 “미국의 경우 서비스업이 타격을 입고 산업생산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유로존은 각국이 국경을 걸어잠그면서 관광 산업이 치명타를 입은 데다 글로벌 밸류체인까지 무너지면서 9.1%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세계은행의 올해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는 1.0%였다. 주요 수출 대상국인 G2와 유로존 경제가 무너지면서 우리나라 수출 감소에 따른 경제 타격도 불가피하다. 세계은행은 중남미(-5.8%)와 남아시아(-2.7%)도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했다.
세계은행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을 대상으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긴요하다”면서 “저성장과 디플레이션 압력에 대비한 통화정책을 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재정지원 대상에 대한 적절한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며 특히 자영업자, 비정규직, 임시근로자에 직접 혜택이 가는 정책 설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 등 무차별적 재정지원을 하는 우리나라 정책 방향과는 온도 차가 있는 조언이다.
아울러 위기에 대응하느라 일시적으로 완화한 거시 건전성 정상화와 보건·의료시스템 개선 등 사회안전망 강화도 중장기 과제로 언급했다.
세계은행은 동아시아·태평양 지역만 유일하게 올해 0.5% 플러스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는 중국이 1.0% 성장할 것을 고려한 수치로, 중국을 빼놓고 보면 이 지역도 1.2%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했다. 동아태 지역(중국 포함)이 0.5% 성장하는 것은 지난 1967년 이후 최악이다.
다만 내년에는 세계 경제가 크게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이 2021년 4.0% 성장하는 것을 비롯해 중국 6.9%, 유로존 4.5% 성장을 전망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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