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중재자 역할이 사실상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한반도에 긴장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제기됐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관계 복원은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을 약화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지난 5일(현지시간) 발간한 ‘2020 아시아태평양 역내 안보평가’ 보고서에서 이같이 평가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대북 강경 노선이 한국 정부에 부담을 줬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화 중단이라는 결과를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이 합의했던 교류협력 사업들이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또 북미 정상이 한국을 거치지 않고 직접 소통창구를 만들며 문 대통령의 입지가 급격히 좁아졌고 북한은 중국과 더욱 밀착하게 됐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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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돌면서 시간에 쫓기고 있는 만큼, 남북관계의 향방은 한국이 아닌 북미 사이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중 관계가 심화할지 여부도 향후 미·중 관계에 달렸다고 보고서는 서술했다.
보고서는 또 북한이 이미 20∼60기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플루토늄 기반 핵시설인 영변과 베일에 가린 우라늄 기반 시설들을 통해 매해 최소 5∼6기의 무기를 생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IISS는 해마다 싱가포르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요 국가의 안보사령탑들이 총출동하는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를 주관한다. 올해는 6월 5∼7일 회의를 열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취소되면서, 최근 회의 결과와 연구들을 종합해 이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에는 한반도 문제 외에도 미·중 관계, 일본 문제,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 등이 다뤄졌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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