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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냐 ‘본업’이냐 … 아시아나 두고 고민 깊어지는 정몽규

모빌리티 그룹 꿈 포기 안했지만

자칫 '건설'까지 흔들릴까 우려

정몽규(오른쪽) HDC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서울경제DB




아시아나항공의 경영부실이 예상보다 큰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몽규(사진) HDC그룹 회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모빌리티(mobility) 그룹’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야심 차게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자칫하면 본업인 건설업까지 흔들릴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9일 HDC현대산업(012630)개발이 발표한 ‘아시아나항공 인수조건 원점 재검토 요구’에는 아시아나 인수에 대한 HDC현산의 복잡한 속내와 답답함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내용 대부분은 아시아나항공의 예상치 못한 채무와 비협조적인 태도 등에 대한 비판으로 채워졌다.

지금까지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특히 오너인 정몽규 회장의 인수 의지가 누구보다 강했다. 정 회장은 지난 1991년 현대자동차 상무에 올랐고 만 34세였던 1996년에 현대자동차 회장직을 맡은 경력이 있다. 그러나 1999년 경영권이 정몽구 회장에게 넘어가면서 부친인 고(故) 정세영 명예회장과 함께 현대산업개발로 적을 옮겼다. HDC현산을 10대 건설 업체로 키워내며 ‘건설맨’으로 변신했지만 정 회장은 모빌리티 그룹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 은둔의 경영자였던 정 회장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기자간담회에 등장해 직접 인수계획과 모빌리티 그룹의 비전을 밝히면서 그의 열망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당시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 사업이 HDC의 장기성장에 부합한다는 전략적 판단에 의해 인수에 참여했다”며 “아시아나 인수로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HDC에서는 항만 사업도 많이 하고 있다. 육상부터 해상·항공까지 이어지는 모빌리티 사업에 대해 좀 더 연구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모빌리티 산업 분야에서 여러 가지 협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주택 건설 등을 주업으로 하는 HDC현산의 재무건전성은 우수한 편이다. 올 1·4분기 현금성 자산은 약 1조 9,667억원으로 전기 대비 9,614억원 증가했다. 부채비율도 102.1% 수준으로 낮다. 하지만 미래전망은 밝지 않다. 미래 먹거리인 수주물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HDC현산은 다른 건설사와 달리 단순 도급이 아닌 직접 땅을 사서 개발하는 ‘디벨로퍼’를 주력으로 하고 있는데 이 역시 갈수록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 HDC현산은 부동산 개발 노하우와 금융기법을 결합해 ‘종합금융부동산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건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건설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요즘 건설 업계는 2~3년 뒤 미래도 내다보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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