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가격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PC용 D램 현물가격(DDR4 8Gb 기준)이 6개월만에 1개당 2달러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PC용 D램 현물가격 급락에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 호황이 끝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는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반도체 업체 실적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10일 시장조사업체인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이날 D램 1개당 현물가격은 2.99달러로 올들어 처음으로 2달러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13일 1개당 2.97달러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업계에서는 현물가격 추이가 고정거래가격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반도체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PC용 D램은 90% 이상이 레노버 등 대형업체와 체결한 고정가격으로 거래되지만 최근 몇년간 추이를 보면 고정가격이 현물가격과 몇달간의 시차를 두고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 측은 앞서 분석에서 “D램 공급사의 재고소진 노력에도 불구하고 D램 현물가는 하락세에서 당분간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 같은 D램 현물가와 고정가 간의 가격차이 확대는 올 3·4분기 가격 협상시 판매가격 상승을 제한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 구매처들은 추가적인 가격 인하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부 구매처가 반도체 가격 추가 인하를 기대하며 구매를 미루는 상황”이라며 “앞서 반도체 수급 차질 우려 등으로 일부 구매처들이 반도체 재고를 늘려놓은 것 또한 거래량 감소로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경기 불황 여파가 언택트 수요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요 확대 효과를 넘어서는 모습이다.
반도체 가격의 핵심 지표인 D램 고정거래 가격 또한 추이가 심상찮다. 지난달 PC용 D램 고정거래 가격은 1개당 3.31달러를 기록해 4월(3.29달러) 대비 0.6% 오르는데 그쳤다. 지난 2018년 9월 가격(8.19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또 지난달 서버용 D램 DDR4 32GB 고정거래 가격은 143.1달러로 지난 4월과 같았다. 4월 서버용 D램 가격 상승률이 18%에 달했다는 점에서 연초부터 이어져 오던 상승세가 멈춘 셈이다. 서버용 D램은 지난해 말 1개당 106.0달러를 기록한 후 올 1월(109.0달러), 2월(115.5달러), 3월(121.3달러), 4월(143.1달러)까지 매월 꾸준히 상승한 바 있다. 앞서 글로벌 D램 시장 3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이 2020년 3~5월(마이크론 회계기준 3·4분기) 매출 전망치를 기존 46억~52억 달러에서 52억~54억 달러로 상향 조정하는 등 언택트 호황을 누렸지만 문제는 6월부터다. 업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가격 추이라면 올해 6~8월(마이크론 회계기준 4·4분기) 마이크론 매출 전망치가 뒷걸음질 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최근에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국내 반도체 업계의 최대 고객사 중 하나인 화웨이에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못 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제기된다. 화웨이는 최근 2년간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 중 하나에 이름을 올린 핵심고객이며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최대 고객사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D램 현물가격 하락 추이가 두달 연속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고정가격에도 어느정도 영향이 불가피 하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실적 또한 앞선 전망치 대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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