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 부담 완화와 근로자 위험 축소를 위해 DB(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의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전환과 DC형 퇴직연금 방식의 손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홍원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저금리 시대의 퇴직연금’ 보고서에서 “저금리와 이에 동반하는 경기 침체로 고용이 악화할 경우 퇴직소득 안정성과 퇴직연금 제도의 유효성이 약화될 수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DB형 퇴직연금은 퇴직자가 최종연도의 월급여와 재직한 근무연수를 곱한 금액을 퇴직급여로 받는 것을, DC형 퇴직연금은 매년 1개월 급여가 근로자의 퇴직계좌에 적립되는 방식을 말한다.
보고서는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저금리 상황이 DB형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기업에게는 부채 증가로, DC형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기업의 근로자에게는 위험을 확대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홍 연구위원은 “국내 퇴직연금은 대부분의 자산이 원리금보장 상품에 투자돼있어 자산운용수익률이 금리와 직접 연계되어 있고, 퇴직연금 자산 내 주식의 비중이 낮아서 금리가 낮아질 때 주식 가격 상승으로 퇴직자산이 늘어날 가능성도 낮다”며 “다른 조건이 일정할 때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아지면 기업은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퇴직연금 자산의 수익률이 임금상승률보다 낮았던 지난 2018년의 경우 DB형 퇴직연금 도입 기업에 3조3,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기업의 추가 비용이 확대될 경우 DB형 퇴직연금 도입 기업의 퇴직금 적립 속도가 늦춰질 것으로 내다봤다.
홍 연구위원은 “올해까지 DB형 퇴직연금은 90% 이상의 적립률을 유지해야 하지만 2018년 국내 상장기업의 적립률이 60% 정도에 머물고 있다”며 “저금리와 경기 침체에 따른 여파로 비용 부담이 가중되면 적립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이 높안만큼 적립률 제고와 제고 속도, 퇴직연금 미도입기업과의 형평성 등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DC형 퇴직연금의 경우에는 기업은 기여금을 매년 지급하면 퇴직급여 지급이 종료되기 때문에 금리 영향이 없지만, 저금리 기조에서는 가입자가 인출 시까지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투자위험을 부담하게 돼 퇴직 소득의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저금리 기조로 이자율이 낮아지면 현재 소비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며 연금 제도의 기반도 약화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DB형 퇴직연금을 DC형 퇴직연금으로 전환하고, 저금리로 예상되는 DB형 퇴직연금의 기업 추가비용 중 일정 부분을 DC형 퇴직연금의 기업기여금으로 추가할 것을 해법으로 제
시했다.
홍 연구위원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 매년 퇴직급여를 지급하면 추가적인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DC형 퇴직연금의 경우 퇴직연금 부채에 대한 부담을 낮춘 측면이 있다”며 “따라서 기업이 향후 예상되는 DB형 퇴직연금 추가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신규 DC형 퇴직연금 또는 기존 DC형 퇴직연금의 기여금에 추가한다면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유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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