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인공지능(AI) 전문가 스튜어트 러셀 교수는 어떤 과학기술 분야보다도 AI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AI를 통해 전염병을 미리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들을 살리는 데도 AI가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셀 교수는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포스트코로나 국가생존전략 : 과학기술 초격차가 답이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서울포럼 2020’에서 특별 강연을 맡아 AI 기술의 효과적인 활용 방안과 접근 방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만들어질 새로운 질서와 대응 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러셀 교수는 10일 서울경제와 진행한 e메일 인터뷰에서 방한해 한국의 AI 전문가들과 토론을 펼치지 못하는 것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내 각 대학의 출장금지 탓에 러셀 교수는 실시간 화상 강연과 질의응답을 통해 AI가 만들어낼 미래 산업의 모델을 제시한다. 라이브로 연결되는 러셀 교수는 특히 한국의 대학생 등과 온라인을 통해 이뤄질 활발한 질의응답과 토론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상황에서 AI의 역할을 강조했다. “AI는 많은 정보를 융합해 어떤 의사도 쉽게 인지할 수 없는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AI는 또 언제 어디서 격리할 것인지, 누구를 테스트할 것인지, 언제 무엇을 다시 열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을 어떻게 조정할지 등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러셀 교수는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를 토대로 AI와 공공보건 간 상호교류가 더 나은 상태에서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AI 시스템은 중환자실에 머무는 위독한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러셀 교수는 지적했다. AI 시스템은 중환자실 환자들의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데이터를 해석하고,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환자의 상태가 더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문제 해결 계획을 제안하거나 실행해 결국 환자들을 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물론 AI가 가져올 미래에 대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거나, 감시와 통제의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등 문제점도 함께 지적되기 때문이다. 머신러닝 시스템은 인종이나 성별에 따라 인간이 의도하지 않은 차별을 유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러셀 교수가 바라보는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미래는 낙관적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로봇처럼 함께 일하는 인간에게 필요한 것을 정확히 수행하거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인간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스스로 목숨을 바치는 등 AI가 인간에게 유익한 존재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러셀 교수는 “AI의 발전으로 대규모 구조적 실업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면서도 “이것은 우리 경제와 문화가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에 따라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게 되는 상황에서 인간은 ‘사람 대 사람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장기적으로 대부분의 사람은 인간의 욕구와 잠재력에 대해 상대적으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사람 대 사람 간 서비스에 종사해야 할 것”이라며 “예술·음악·문학·대화·건축·음식과 같이 타인에게 영감을 주고, 그것을 감상하고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할 수 있는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AI가 가져올 경제적인 효과를 주목한다. 러셀 교수는 “우리가 인간의 지능에 버금가거나 이를 뛰어넘는 범용 AI를 만들 수 있다면 물질적 혜택은 엄청날 것”이라며 “이 같은 발명의 가치는 현재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몇 배인 수천조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음성 인식 분야에서 AI의 발전에 주목한다. 이를 통해 새로우면서도 중요한 응용기술 영역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텍스트를 읽고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AI 시스템이 생겨난다면 AI가 인간의 모든 활동과 관계를 이해하는 ‘유용한 조력자’로 바뀔 수 있다.
인간의 언어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AI가 교육에 적용되면 교육 시스템도 완전히 바뀔 수 있다. 그는 “온라인 교육이 객관식 문항과 미리 정해진 텍스트에서 벗어나 AI가 학습자를 대화에 참여시키고, 문제를 이해하고 답변하며, 학습 내용파악을 기반으로 개인별 맞춤형 설명을 전달하는 시스템으로 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셀 교수는 한국에 대한 조언도 덧붙였다. 그는 “한국은 로봇공학,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공학에 매우 강하다”면서도 “음성 인식과 같은 언어 분야의 AI 발전은 엄청난 경제적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한국도 확실히 집중해볼 만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인간이 인간보다 더 강력해질 AI 시스템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러셀 교수는 “AI 시스템을 인간에게 반드시 유익하게 그리고 인간을 존중하게 만들고 목표를 명시할 필요가 없도록 설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인간이 목표를 잘못 지정했는데 AI의 성능이 매우 좋은 상황이라면, 결과가 극히 나쁠 수도 있고 심지어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셀교수는 누구…AI 미래와 인간과의 관계 연구 전문가 |
스튜어트 러셀(58) 교수는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전기공학 및 컴퓨터과학부 교수이자 UC버클리 인공지능연구소(Center for Human-Compatible Artificial Intelligence)를 이끄는 인공지능(AI)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다. 그는 1982년 옥스퍼드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UC버클리 교수로 임명됐다. AI의 이해와 활용, AI의 미래와 인간과의 관계 연구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전문가로서, 인공지능진보협회 (AAAI)의 회원으로 활동하며 ACM 칼 칼 스트롬 교육자상, 세계기술상, AAAI 교육자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지금까지 AI의 다양한 주제로 1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다. 러셀 교수는 “물리학자가 될 생각이었지만, 정보를 이해하는 것이 우주를 이해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 같았다”며 AI의 무한한 세계에 빠지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러셀 교수는 유엔의 연구지원을 받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지진·기후 등을 예측해 공익에 기여하는 베이시안로직(Bayesian Logic)의 공동창립자이자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일론 머스크 등과 함께 미국 퓨처오브라이프연구소의 과학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이 밖에도 UC 샌프란시스코 신경외과 부교수, AI와 로봇공학 세계경제포럼(WEF) 부의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러셀 교수가 AI가 개인의 투자, 재무관리에 조언을 해줄 수 있다는 내용으로 한 강연은 단순히 첨단기술을 결제시스템에 접목했던 좁은 범위의 핀테크를 AI의 결합을 통해 활용 영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러셀 교수는 AI 분야의 교과서로 불리는 ‘인공지능: 현대적 접근방식(AIMA)’의 저자로 유명하다. 그는 구글 연구팀 디렉터인 피터 노빅 교수와 함께 AIMA를 저술했고 이 책은 14개 언어로 번역돼 128개국 1,400개 이상의 대학에서 교재로 널리 쓰이고 있다. 책은 논리학, 확률, 연속수학과 지각, 추론, 학습, 동작, 그리고 초소형 전자기기부터 로봇 행성 탐사 차량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포괄하는 AI의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중 책을 관통하는 주제인 지능적 에이전트라는 개념을 깊게 파헤치며, AI의 여러 분야를 현대적 접근방식으로 조합한다. 지난 50년간의 AI 연구를 담아낸 이 책은 AI에 관해 가장 포괄적이고 통찰력 있는 책으로 꼽힌다.
러셀 교수는 31세에 노빅 교수와 함께 이 책을 쓰기 시작해 18개월 만에 완성했다. 1995년에 초판이 나왔으며, 최근 네 번째 개정판이 나왔다. 러셀 교수는 “몇 달 전에 우리는 네 번째 개정판을 끝냈는데 책의 25%만을 새롭게 썼음에도 불구하고 약 2년 동안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며 “지금 우리 생활이 그때보다 훨씬 더 바쁘고 조금 더 늙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그의 관심사는 AI 무기의 위협과 AI의 장기적 미래, 그리고 인류와의 관계 등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인간과 함께하는 AI: 인공지능과 통제의 문제’를 출간해 이 문제를 다뤘다. 책은 ‘어떻게 우리가 우리 자신보다 더 지능적인 기계를 통제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He is...
△1962년 영국 △1982년 영국 옥스퍼드대 물리학과 학사 △1986년 미국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 박사 △1996~ 미국 UC버클리 전기공학 및 컴퓨터과학과 교수 △1997 국제인공지능학회(AAAI) 펠로 △2003 미국컴퓨터학회 펠로 △2008~2011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의대(UCSF) 신경외과 겸임교수 △2011 미국과학진흥회의 펠로 △2016~ UC버클리 인공지능연구소장 △2018 옥스퍼드 와담칼리지 명예 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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