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을 위협하는 다윗’으로 최근 2년간 손해보험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던 김용범(사진) 메리츠화재(000060) 부회장이 보험 업계가 혁신에 실패하는 이유로 구태의연한 영업 방식과 가치경영 원칙 훼손을 꼽았다.
11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보낸 ‘CEO 메시지’에서 “과거 수 십 년간, 메리츠화재를 제외하고는 업계 순위를 뒤집은 회사가 하나도 없었다”며 “혁신 없이 구태의연한 과거 방식에 의존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또 “(다른 회사들은)회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가치경영 원칙을 세워두고도 일시적 매출 감소 앞에 허무하게 굴복했다”며 “때로는 매출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고 작성계약이나 승환계약, 적자상품 출시를 참아내야 하지만 그런 회사는 없었다. ‘이러다 잘리는 것 아니냐’는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2년간 메리츠화재는 장기 인보험 시장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며 부동의 1위인 삼성화재(000810)를 위협했고 2강 체제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자산규모로는 크게 밀리는 후발 주자가 높은 수수료와 시책 등을 무기로 설계사 인력을 흡수하며 맹공을 펼치자 업계에선 “미꾸라지가 흙탕물을 일으킨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그러나 올 들어 손보업계의 과열경쟁은 크게 완화되는 분위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제로금리’ 진입으로 보험 영업 자체가 위축된 데다 영업 경쟁을 부추기던 메리츠화재가 올 들어 외형 성장 대신 수익성 중심의 영업전략으로 방향을 틀면서다.
김 부회장은 CEO메시지에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메리츠의 전술 변화를 자세하게 소개했다. 김 부회장은 “작년 4·4분기 이후 단순 매출보다 회사의 가치제고를 강조하며, 보험료 인상과 언더라이팅 강화를 지속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법인보험대리점(GA), 전속설계사(TA), 텔레마케팅(TM) 순으로 매출 감소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메리츠화재 신계약 성장의 주축을 담당했던 GA는 올 들어 언더라이팅 강화와 보장 한도 축소로 매출 감소가 불가피했다. 김 부회장은 “영업력 강화와 신 마케팅기법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순간, 경쟁사들이 손해율 악화의 주범인 운전자보험의 언더라이팅을 완화하여 재차 공객해왔다”며 “단순 매출을 늘리기 위해 언더라이팅 완화에 동참하겠다는 유혹을 뿌리치고, 치열한 모색을 통해 가치 훼손 없는 돌파구를 찾아내 매출을 상승세로 전환시켰다”고 소개했다.
TA 채널은 코로나19로 설계사 시험이 장기간 중단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이에 대해 김 부회장은 “작성계약을 유발하는 매출독려 대신 본질적인 경쟁력인 ‘설계사 행복 증진’을 통한 도입에 다시 한번 몰입하면서 매출을 상승세로 전환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TM 개척자인 라이나생명의 아성마저 위협하며 파상공세를 펼쳤던 TM 채널 역시 올 들어 설계사 수를 절반으로 줄이며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TM은 저효율조직 정비와 손해율 높은 상품 교체라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는 중”이라며 “진정한 혁신을 업계에 처음 선보인 메리츠화재가 매출 유혹에 맞서 처음으로 온 몸으로 버티면서 회사의 가치를 지켜내고 있다”며 메시지를 마무리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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