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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혁신자본과 '라폰테인 효과'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그의 목소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블록버스터부터 로맨틱코미디까지 수많은 영화 예고편에 등장하는 익숙한 허스키 보이스, 그 주인공이 바로 ‘예고편의 왕’으로 불리는 돈 라폰테인(Don LaFontaine)이다.

40년 간 5,000편 넘는 영화 예고편을 녹음했지만 그의 진가는 다작(多作)이 아닌 ‘대체불가능성’에 있다. 라폰테인 생전에는 영화사들이 다른 성우를 제쳐놓고 그의 목소리만을 찾았다. 이 때문에 ‘다양한 리스크 관리를 위해 검증된 인물을 계속 기용하는 것’을 ‘라폰테인 효과’라 부른다. 자기 분야에서 그가 갖는 독보적인 입지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이는 비단 영화계에 국한된 개념은 아니다. 오히려 이 말은 투자자 보호와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금융시장에서 더 유효하다.

혁신성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수록 금융투자업계가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증권사의 축적된 리서치 역량은 우량한 혁신기업을 발굴하는 데 차별화된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 체계화된 평가 프로세스를 통해 벤처투자시장이 더 건전하고 투명해지면 시중 유동자금을 시장에 유입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이미 외국에서는 증권업계의 스타트업 투자가 일상이다. 벤처캐피털 분석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가 투자한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은 구글벤처스, 알리바바, 소프트뱅크 등에 뒤지지 않는다. 그 외에 벤처투자를 중심으로 하는 펀드까지 포함하면 벤처캐피털 분야에서 자본시장의 지위는 더욱 견고해진다.



비상장기업 투자전문회사(BDC· Business Development Company) 도입 등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은 국민 자산 증대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전통적인 주식, 채권 외에 BDC펀드 등을 통해 새로운 투자대상이 생기면 혁신기업과 그곳에 투자하는 국민 모두 성과를 나누는 생산적 금융의 기틀을 다질 것으로 기대된다.

라폰테인은 지난 2008년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극장에서 그와 비슷한 목소리를 접한다. ‘예고편=라폰테인’이라는 등식이 굳어지면서 억양과 발성, 호흡 등 그의 모든 것이 예고편 분야의 타협할 수 없는 기준이 되어버린 탓이다.

혁신성장 자금조달 분야에 새로운 길이 열린다. 자본시장이 가장 잘하는 분야에서 신뢰와 성과로 기대에 답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다보면 언젠가 금융투자업계가 혁신성장 자금조달분야의 대체 불가능한 또 다른 라폰테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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