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 사회복지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이 장애인활동지원을 받을 수 없도록 한 현행 장애인활동법을 두고 11일 헌법재판소에서 공개변론이 열렸다. 장애인들은 현행법이 인간다운 삶을 할 권리와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 반면, 정부 측은 장애인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하면 추가 재정부담이 커진다며 반박했다.
헌재는 이날 대심판정에서 광주지법, 창원지법이 제청한 장애인활동법 5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광주에 사는 뇌병변 1급의 50대 중증장애인 황모씨는 현재 받고 있는 사회복지서비스를 노인장기요양급여에서 장애인활동지원급여로 변경해 달라고 신청했으나 거부당했다. 노인장기요양급여를 받는 사람은 장애인활동지원급여를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한 현행 장애인활동법 조항 때문이었다. 경남 창원에 사는 60대의 뇌병변 2급 장애인 A씨도 노인장기요양급여를 받던 중 장애인활동지원급여로 변경을 신청했다 거부 당했다. 이에 두 사람은 각각 소송을 진행하다가 재판부에 장애인활동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두 재판부 모두 이를 받아들였고, 헌재로 사건이 왔다.
노인장기요양급여는 65세 이상의 노인 또는 65세 미만이지만 치매·뇌혈관성질환 등 노인성 질병이 있어 6개월 이상 혼자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이에게 지원하는 사회복지서비스다. 활동지원 또는 간병 등의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또한 혼자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는 장애인활동지원급여를 통해 활동보조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다만 노인장기요양급여는 하루 최대 4시간까지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반면 장애인활동지원급여는 최대 24시간까지도 활동보조를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황씨 측은 법 조항이 장애인들의 생명권,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씨 측은 “노인장기요양급여와 장애인활동지원급여는 급여 내용과 양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다”며 “신청인에게 급여선택권을 부여하지 않고 아예 장애인활동지원급여의 신청자격을 배제했다”고 지적했다. 법률대리인인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장애인으로서 활동지원을 신청할 수 있는데 장기요양을 먼저 했다는 이유로 신청을 막는 것은 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기 목원대 교수는 참고인으로 나와 “노인장기요양제도는 요양, 장애인활동보조제도는 사회참여라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며 “65세라는 나이를 기준으로 획일적으로 절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반면 보건복지부 측은 재정부담 중심으로 방어논리를 폈다. 복지부에 따르면 65세 미만 노인성 질환을 가진 인구는 약 3만명이다. 이들이 장애인활동지원급여로 전환하면 추가로 필요한 재정이 한 해에 6,000억원, 5년간 3조4,000억원이라고 주장했다. 법률대리인은 “이는 장애인활동급여의 연간 재정 중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큰 금액”이라며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 재정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고인으로 나온 황주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행 장애인활동지원급여 수준은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한된 재정을 투입하기 위해 어떤 집단을 우선 고려해 문제를 해결할지 합리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론 막판 황씨가 휠체어를 타고 직접 증언대에 섰다. 그는 “저와 같이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들이 법이 시정되면 덜 힘들 것 같아서 가슴이 두근거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활동보조가 되면 가족, 친구, 요양보호사 등 제 주위사람에게 덜 미안할 것”이라며 “짐을 덜어주고 싶다”고 호소했다. 황씨는 “활동지원이 되면 누워있을 때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도 메모하고, 한글로 문서도 작성할 수 있을 것 같다”며 “1년에 한 번씩 석양도 보러 가고 싶다”고 말했다.
헌재는 이 자리에서 논의한 내용을 토대로 따로 선고 기일을 열어 장애인활동법 5조2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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