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024110)이 디스커버리펀드 투자자에게 최초 투자원금의 50%를 우선 가지급하기로 했다. 해당 펀드 판매사 가운데 최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디스커버리펀드의 선지급 방안을 확정했다. 선지급 대상 펀드는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다. 기업은행과 투자자가 개별 사적화해계약을 통해 가지급금을 수령하고 향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를 거쳐 최종 보상액과 환매중단된 펀드의 최종 회수액이 결정되면 차액을 사후 정산하는 방식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 8일부터 진행 중인 금감원 검사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 이를 토대로 관련 법령과 규정이 정한 바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결하되 고객들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향후 분쟁조정위원회 조사 등의 절차에 있어서도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디스커버리펀드는 국내 운용사인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기획한 사모펀드다. 미국 운용사 DLI가 국내 금융권에서 모집한 투자금을 운용하는 방식이다. 기업은행은 2017~2019년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를 각각 3,612억원, 3,180억원가량 판매했다. 지난해 4월 DLI가 실제 수익률과 투자자산 가치 등을 허위 보고한 것이 적발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고발당하면서 문제가 터졌다. DLI가 운용하는 펀드 자산이 동결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금도 돌려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현재 약 914억원(핀테크 695억원, 부동산 219억원)이 환매 중단된 상태다. 디스커버리는 2017년 설립된 신생 운용사로,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동생인 장하원 전 하나금융경제연구소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이날 펀드 선지급 결정에는 해당 펀드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있었다는 투자자들의 주장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금융권 분석이다. 앞서 디스커버리 펀드 투자자 모임인 ‘기업은행 펀드사기피해대책위’는 “은행 측이 펀드 투자를 권유하면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다’고 소개하는 등 위험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기업은행 측은 선지급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환매중단 장기화에 따라 자금이 묶여 발생하는 고객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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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책위가 기업은행 본점 진입을 시도하면서 은행 측과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책위 관계자 50여명은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선지급이라는 꼼수를 부리지 말고 원금을 전부 내놔라”고 주장하며 피켓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책임의 출발은 사기 판매 피해자에 대한 계약을 무효로 하고 원금을 보장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종원 행장을 즉각 파면하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피해자들은 투자 금액의 110%를 지급할 것을 주장했다. 원금에 10%의 이자를 붙여 돌려달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시위 직후 “이사회를 직접 참관하겠다”고 주장하며 본점 진입을 수차례 시도했으나, 은행 측의 저지로 막혔다. 대책위 관계자는 “피해자들과 논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한 이사회”라며 “자율배상을 즉각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업은행은 세부적인 지급방법, 시기, 절차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에게 추후 개별 안내할 예정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사회에서의 자유로운 의사판단 저해 등을 이유로 (투자자들의 이사회 참관 요구가)수용되지 않았으며 투자자 대표들의 요구사항은 이사회에 가감 없이 전달됐다”고 덧붙였다.
/송종호·김지영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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