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단기 급등하면서 차익 실현에 나섰던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뉴욕 증시 급락의 충격으로 지수가 하락하자 증시로 재유입되고 있다. 오랜만에 공포지수가 급등하고 증시 단기 조정 가능성이 언급되는 상황에서도 저가 매수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모습이다. 단기 급등에 따른 고평가 부담으로 증시 조정 가능성은 높지만, 개인들의 매수 대기 자금이 앞으로 증시에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04%(44.48포인트) 하락한 2,132.30포인트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 4% 이상 급락한 코스피지수는 한때 2,100선이 무너지면서 지난 3월 폭락장을 연상하게 했지만 점차 하락 폭을 줄여나가면서 2%대 약세로 마감했다.
이날도 지수의 하방을 든든하게 지켰던 것은 ‘동학개미’들의 자금이었다. 개인들은 이날 하루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5,545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외국인(-2,625억원)과 기관(-2,834억원) 투자가들의 매도 물량을 모두 받아냈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집중돼 주가 하락폭이 컸던 종목을 저가 매수하면서 전체 지수 하락폭을 둔화시켰다. 실제로 개인들은 이날 장중 3~5%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던 대형 우량주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순매수 1위 종목은 삼성전자(005930)로 1,392억원어치를 순매수했으며 뒤를 이어 SK하이닉스(000660)(741억원), 셀트리온(068270)(554억원), KB금융(105560)(314억원), SK텔레콤(017670)(297억원) 순이었다.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셀트리온(3.3%)과 LG화학(051910)(-0.22%)을 제외하고 이날 3% 이상 급락한 종목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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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인들은 단기 급등에 따른 고평가에 대한 부담으로 증시가 소폭 조정될 때마다 대기시켜놓았던 자금을 증시로 유입시키며 결과적으로 증시 하방을 견고하게 다지는 역할을 해왔다. 코스피지수가 소폭 하락한 전날에도 개인들은 1조2,717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해 지수의 추가 하락을 막아냈다.
반면 전반적인 약세장에서도 주가가 오른 종목들은 적극적으로 매도해 차익을 실현했다. 개인 순매도 상위 1위 종목인 카카오(035720)는 이날 0.38% 상승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장중 8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LG이노텍(011070)(3.59%), 하이트진로(000080)(2.68%) 등도 그동안 가파르게 오른 개인들의 차익 실현 종목들이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코스피지수가 추가 상승을 이어가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히려 고평가 논란이 지속된 만큼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보여줬던 개인들의 ‘스마트’한 투자 전략이 3월과 같은 폭락을 이끌었던 공포장세 재연을 막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에도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 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전날보다 22.73% 급등한 32.88을 기록해 지난달 7일 이후 처음으로 30포인트를 넘어섰지만, 개인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실물과 증시 간 괴리가 큰 만큼 단기 조정은 불가피하겠지만 급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조정을 기다리는 개인들의 자금도 많고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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