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역대 최저로 떨어지면서 주요 은행의 예·적금 금리 인하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사흘 만에 수신금리를 내린 데 이어 NH농협·신한·우리은행도 일제히 수신금리 조정에 나섰다.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금리 혜택을 제공했던 저축은행들도 잇따라 수신금리를 낮추면서 금융권 초저금리 시대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이날부터 일부 예·적금 상품의 기본금리를 0.15~0.4%포인트 내렸다. 대표 예금상품인 ‘큰만족실세예금’은 가입기간별로 연 0.45~0.9%에서 0.3~0.7%로 떨어졌고 개인 정기적금 기본금리도 0.8~1%에서 0.55~0.85%로 낮아졌다. 3년 만기 적금 금리도 연 0.85%에 그친다.
신한은행도 이날부터 60여개 정기 예·적금과 수시입출금 상품의 기본금리를 0.05~0.5%포인트 내렸다. 인기 상품인 ‘신한S드림정기예금’ ‘쏠편한정기예금’ ‘쏠편한저금통’은 1년 만기 기준 기본금리가 연 0.9%에서 0.6%로 떨어졌다. 우대금리를 모두 합쳐도 최고금리가 연 1.0%에 그친다.
우리은행은 오는 17일부터 50여개 거치식 예금·적금을, 20일부터는 14개 입출식예금을 대상으로 기본금리를 내린다. ‘우리 수퍼주거래정기예금’은 1년 만기 기본금리가 연 0.7%에서 0.4%로, 1년 만기 상품 가운데 유일하게 연 2% 금리를 제공했던 ‘원(WON) 정기·자유적금’도 1.9%로 조정된다.
주요 은행들이 일제히 수신금리를 내린 것은 지난달 28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조치다. 이후 국민은행이 3영업일 만인 2일 가장 먼저 수신금리를 조정했고 이어 카카오·SC제일·씨티은행과 부산·경남·대구·전북은행 등 지방은행이 잇따라 금리 인하에 합류했다. 지난 3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렸을 당시에는 은행들이 한 달가량 지난 뒤에야 수신금리를 내린 것과 대비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지면서 순이자마진(NIM)도 하락세가 가팔라지게 됐다”며 “최소한의 수익성 방어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말했다.
저축은행들도 예금금리 조정에 가세했다.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평균 예금금리는 이날 사상 최저치인 1.88%였다. 직전 최저치인 3월 말 1.89%보다도 더 낮아진 것이다. 1년 전인 지난해 6월12일 2.4%보다도 0.52%포인트나 떨어졌다. 대형사들도 일제히 수신금리를 인하했다. OK저축은행은 8일 ‘OK정기예금’ 금리를 1.8%에서 1.7%로 내렸다. SBI저축은행은 9일 ‘SBI스페셜정기예금’ 등 금리를 1.8%에서 1.65%로 낮췄다. 웰컴저축은행도 다음달 1일부터 ‘웰컴직장인사랑보통예금’ 최고 금리를 연 2.5%에서 연 2.0%로 0.5%포인트 내린다. /빈난새·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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