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온라인 콘서트 티켓이 30만 장 넘게 팔렸다는데, 클래식은 ‘온라인=무료’라는 인식이 굳어지는 것 같아서 씁쓸했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확산으로 불특정 다수의 밀집이 불가피한 공연계는 시련의 계절을 나고 있다. 온라인 스트리밍·공연 영상이 새로운 관람 수단으로 부상했지만, 거대한 팬덤에 힘입어 유료 온라인 콘서트로 활로를 뚫은 대중음악계와 달리, 시장 규모가 작은 클래식 음악 분야에서는 대부분의 랜선 공연이 여전히 무료로 이뤄진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 음악회 유료화를 위한 업계의 실험이 잇따르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오는 20일 오후 3시 네이버 TV를 통해 선보이는 ‘세종체임버시리즈 클래식 엣지 Classic Edge’의 무관중 온라인 생중계 공연에서 관객으로부터 자발적 후원을 받는다. 무료 공연이지만, 원하는 사람들은 3,000원 이상을 후원할 수 있는 일종의 ‘공연 유료화 시범 운영’이다. 후원금이 연주자의 출연료와 공연 중계비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유료 공연의 성격을 일부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대면 공연과 온라인 공연의 병행은 불가피하다”며 “이제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유료화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후원자들에게는 공연의 라이브 음원을 제공하고, 10월 세종 체임버시리즈 공연도 20% 할인된 금액에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세종의 이 같은 기획은 공연 콘텐츠의 가치를 확인한 몇몇 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KBS 교향악단은 지난달 21일 대면 공연에서 관객이 자발적으로 티켓 가격을 정하도록 했다. 전석 10만원인 티켓 가격을 예매 시 1만· 2만· 3만· 5만·10만원 중 하나로 구매자가 직접 선택하게 해 최종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판매 대상이던 930여석이 매진됐고, 총 1,374만 5,839원(수수료 제외)이 들어왔다. 관람자 1인당 평균 1만 6,000원 정도를 지불한 셈이다. 악단 관계자는 “모든 티켓이 1만 원에 팔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액(10만원)을 낸 분들도 많았고 좌석 위치에 맞게 합리적으로 금액을 책정하신 분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예술의전당이 오는 27일부터 선보이는 무료 야외 공연 ‘한여름 밤의 숲속 음악회’는 ‘예술계 위기 극복 기부’를 통해 마련된 돈으로 제작한다. 특정 공연에 대한 요금 지불과는 거리가 있지만, 예술의 필요성과 예술가들의 수고가 갖는 가치를 되새긴 캠페인이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실험으로 평가된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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