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마힌드라)가 쌍용차(003620) 지배권 포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재차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판매·생산 부진에 대주주의 포기 의사까지 겹치면서 쌍용차의 앞날이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전날 “쌍용차는 새로운 투자자를 필요로 한다”며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을지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초 2,3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히면서 “쌍용차 경영진이 새 투자자를 모색하는 것을 지원하겠다”고 덧붙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당시 고엔카 사장은 쌍용차 노조위원장과의 통화에서 “(쌍용차의 새로운) 투자자를 적극적으로 찾을 것이며 설령 2대 주주가 되더라도 쌍용차 주요 주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마힌드라는 2011년 쌍용차를 인수해 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발언은 마힌드라의 올 1·4분기 손실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아니시 샤 마힌드라 부사장도 “만약 (쌍용차의) 새로운 투자자가 생기면 자동으로 우리 지분율이 내려가거나 투자자가 우리 지분을 사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영향 속에서 비용을 절감하고, 자본지출 효용성을 높이는 등 광범위한 구조조정 차원으로 향후 12개월 동안 모든 손실 유발 사업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마힌드라가 생각대로 쌍용차의 새 투자자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코로나19로 큰 위기를 겪고 있다. 판매·수요부진으로 공장이 멈추는 상황에서 쌍용차에 자금을 투입할 회사를 찾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 준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왔다. 선진업체로서는 기술적 매력이 떨어지는 쌍용차를 인수하는 건 비현실적이다. 결국 신흥국 후발 자동차 업체 중 투자자를 찾아야 하지만 아직 떠오르는 회사는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쌍용차가 ‘마힌드라 지분율 51% 초과 유지’를 조건으로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빌린 자금도 새 투자자 유치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JP모건, BNP파리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은 쌍용차에 시설자금 2,068억원을 빌려주면서 마힌드라가 지분 51%를 초과해 갖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마힌드라의 신용도를 보고 돈을 빌려준 것이다. 쌍용차 상황이 날로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지분율 조건이 파기되면 외국계 은행들은 곧바로 대출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다. 마힌드라가 새 투자자를 찾는다 해도 이 2,068억원은 고스란히 추가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쌍용차 지원 문제를 놓고 정부와 채권단의 고심은 더욱더 깊어질 전망이다. 쌍용차는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한 2,000억원 지원을 바라고 있으나 기금 지원은 배제되는 분위기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 지원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4분기까지 1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쌍용차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쌍용차는 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지원도 바라고 있다. 쌍용차는 다음달 6일(700억원)과 19일(200억원) 각각 만기가 돌아오는 산은 대출을 막아야 한다. 쌍용차는 조만간 이 대출의 만기연장을 요청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코로나19 국면에서 국책은행과 시중은행들이 기업 대출의 만기 연장을 해주는 분위기라 쌍용차의 대출도 만기가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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