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名不虛傳). ‘헛되이 퍼지는 명성은 없다’. 렉서스의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X 450hL’을 시승하고 든 생각이다. 정숙한 주행감성과 차분한 실내 디자인은 소문대로였다. RX 450hL은 기존 RX에서 차체를 늘려 3열을 갖춘 6인승 롱바디 모델이다. 대형 엔진과 화려한 실내로 힘자랑에 몰두하는 경쟁 차종을 시승할 때는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갔지만 RX 450hL을 시승할 때만큼은 편안하고 안락했다. 시승하는 내내 오랜 친구와 함께 산책길을 걷는 듯 가뿐한 마음이었다. 불매운동 같은 대외적 어려움 속에서도 렉서스가 고객들의 꾸준한 선택을 받는 이유를 알만했다.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커넥트투에서 렉서스코리아의 ‘R·U·N 미디어 시승회’에서 RX 450hL을 타고 광교 호수공원까지 65㎞ 왕복 구간을 주행했다. RX 450hL을 보기 전만 하더라도 3열을 더했다고 해서 육중한 차체가 기다릴 줄 알았다. 그러나 실물을 보니 RX 450h와 체격 차이가 크지 않았다. 수치를 살펴보니 기존 RX 대비 전장이 110㎜ 길어진 5,000㎜에 전고는 15㎜ 높아져 1,720㎜였다. 전폭은 1,895㎜로 RX 450h와 동일했다. 외적 변화는 최소화한 대신 소비자 필요에 따라 내적 변화에 집중한 셈이다. 대각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완성한 날렵한 외관 디자인에 전면의 당당한 스핀들 그릴은 렉서스다웠다. RX 450hL의 차체가 커졌지만 여전히 날렵해 보이는 건 렉서스의 외관 디자인 영향이 커 보였다.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RX 450hL의 특징인 3열부터 살펴봤다. 뒷좌석 문을 연 순간 두 눈을 의심했다. 2열 시트를 한껏 뒤로 슬라이딩한 게 아닌데도 3열은 성인이 앉기에는 터무니없이 비좁아 보였다. 무릎 공간이 필요하지 않은 반려동물이나 영유아 정도에게 적합한 좌석처럼 판단됐다. 2열 승객이 불편을 감내한다면 초등학생 정도는 3열 탑승이 가능하겠다 싶었다. 렉서스는 3열을 위한 별도의 공조 컨트롤 패널을 마련했는데 ‘왜 굳이’라는 의문이 들었다.
3열의 실망감을 뒤로 하고 운전석에 앉았다. “그래, 이게 렉서스지”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비좁은 3열과 달리 앞좌석은 쾌적함이 일품이었다. RX 450hL의 전폭을 한껏 활용해 운전석과 조수석에 각각 충분한 공간이 할애된 덕분이다. 아날로그 속도계와 디스플레이 패널이 조합된 계기판, 렉서스 특유의 스티어링 휠에서는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을 것 같은 고급차 특유의 균형감이 느껴졌다. 센터페시아에 정갈하게 자리잡은 오디오, 공조장치 버튼 배치도 마음에 쏙 들었다. 최근 차량들은 터치스크린 안으로 각종 기능을 통합해 센터페시아를 단순화하는 추세지만 자신만의 색깔을 고수하는 렉서스의 실내 디자인 철학도 나름의 멋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적으로 달려봤다. 주행 성능은 명성 그대로 정숙했다. 도심 구간에서는 출력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었다. RX 450hL은 3.5L V6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62마력에 최대토크는 34.2㎏·m이다. 전기모터까지 더하면 시스템 총출력은 313마력이다. 경쟁 차종으로 꼽히는 BMW X5, 벤츠 GLE에는 못 미치지만, 렉서스 SUV의 장점이 실용성과 편안한 주행 성능에 있다는 걸 고려할 때 납득할 만한 수준이었다. 고속 구간에서도 RX 450hL은 부드러운 주행 질감을 선사했다. 준대형 SUV치고 가벼운 핸들링 감각도 인상적이었다. 소형차를 운전하는 것처럼 가뿐하게 차선을 변경하고 코너링을 도는 게 가능했다. RX 450hL에 탑재된 리어 스테빌라이저가 코너링 시 언더스티어링 현상을 줄여준 덕분이다. 또 액티브 코너링 어시스트 시스템이 도입돼 연속 코너 도로에서도 좌우로 몸이 쏠리지 않고 편안한 주행이 가능했다.
렉서스 RX 450hL의 백미는 연비였다. 스포츠 모드를 켜고 도심과 고속화도로를 달렸는데도 연비는 ℓ당 14.2㎞가 나왔다. 공인 복합연비 ℓ당 12.3㎞를 상회한 것이다. X5와 GLE의 복합 연비가 ℓ당 8㎞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연료 효율은 RX 450hL의 압승이다. 판매가도 경쟁 차종 대비 경쟁력을 갖췄다. RX 450hL은 9,527만원으로 경쟁 차종 대비 1,000만원 이상 저렴한 편이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정숙성·연비는 명불허전…좁은 3열은 아쉬워” 별점 ★★★☆(3.5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