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평생을 걸어온 길이니 동네에서 노는 게 낫죠.”
돌아온 ‘바둑황제’ 조훈현(67) 9단은 바둑계 복귀를 기념하는 특별대국을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달 29일까지 4년간 제20대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고 프로기사의 자리로 돌아왔다. 13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최정(24) 9단과의 특별대국에 나선 조 9단은 177수 만에 백 불계패를 당했다.
2016년 5월 이후 1,480일 만에 반상으로 돌아온 조 9단은 “조금만 더 공부하면 더 잘될 것 같다. 4년간 떠나있었기 때문에 감각을 되살리려면 1~2년은 쉬면서 몸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지금은 저 자신이 낯설다. 조금 쉬고 어느 정도 됐다 싶으면 완전히 돌아오려 한다”고 밝힌 그는 “당분간은 운동하고 등산도 하고 여행도 다니면서 건강에 신경 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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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하면서 처음으로 바둑 아닌 길을 걸었던 조 9단은 자신이 제정을 추진한 바둑진흥법에 대해 자부심을 보이면서도 “원래는 제가 가서는 안 되는 자리였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조 9단은 국내 통산 최다 타이틀(160회)과 세계 통산 최다승(1,949승) 기록을 보유한 한국 바둑의 전설이다. 국내 전관왕 세 차례와 세계대회 그랜드슬램으로 1980~90년대를 주름잡았다.
이번 특별대국 상대인 최정은 국내 여자기사 최다 타이틀(17회)을 보유한 ‘바둑여제’다. 조 9단과의 전적에서도 2승1패로 앞서 갔다. 이날 대국은 제한시간 각자 1시간에 초읽기 40초 3회로 진행됐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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