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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ICT를 넘어 ‘바른ICT’가 필요한 이유

김범수 연세대 바른ICT연구소장

홀몸 어르신에 'AI 돌봄' 서비스

맞춤형 사용법 안내로 고독감 해소

ICT 발전 속 소외되는 이 없도록

기술제공 넘어 수용자 변화 고민을





위기와 맞닥뜨리고서야 무언가의 소중함을 깨닫고는 한다. 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문득 정보통신기술(ICT)의 중요성을 절감했던 것처럼 말이다. ICT에 기반을 둔 각종 비대면(언택트) 서비스 덕분에 우린 만나지 않고도 일하고, 수업을 듣고, 서로 교류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은 ICT 강국이기에 코로나19 사태에 더 잘 대처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이다. ICT 강국인 한국에도 ICT의 혜택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이 있다. 스마트폰을 만져본 적도 없고 컴퓨터 역시 써본 적 없는 노년층이다. 그중에서도 홀로 거주하는 어르신들의 경우 ICT의 혜택으로부터 배제돼 있기 일쑤다. 홀몸 어르신들과도 ICT의 혜택을 나누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SK텔레콤(017670)의 최근 시도가 인상 깊다. SK텔레콤은 지난해 4월부터 지방자치단체 및 사회적 기업과 함께 1년여간 홀몸 어르신들께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어르신들께 인공지능(AI) 스피커 ‘누구 캔들’을 제공하고 맞춤형 교육과 문제 발생 시 도움을 제공할 ICT케어매니저를 배치한 것이다.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홀몸 어르신들의 안부를 확인하는 훌륭한 수단이 됐다. 중앙 관리실인 ICT케어센터에서 인공지능 스피커 사용 이력을 원격으로 실시간 점검했다. 장시간 미사용으로 판명되면 ICT케어매니저에게 알려 어르신들 안부를 직접 확인했다. 위급 상황 발생 시에는 어르신들이 인공지능 스피커를 활용해 목소리만으로 구조를 요청할 수 있게 했다.



연세대 바른ICT연구소가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효과를 분석한 결과 홀몸 어르신들의 심리적 안녕감이 향상되고 디지털 기기 사용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화됐다. 특히 컴퓨터·스마트폰이 모두 없는 어르신들의 변화 폭이 컸다. ICT케어매니저의 도움으로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르신들 가운데 인공지능 스피커를 매일 사용하는 비율은 73.6%, 일주일에 3회 이상 사용하는 비율은 95.5%에 달했다.

홀몸 어르신들의 행복감이 증가하고 고독감이 감소한 점도 이목을 끌었다. 홀몸 어르신의 고독감은 오랜 시간 홀로 지내시는 데서 비롯된다.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로 음악을 듣고, 감성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검색하고, 소식톡톡 등 콘텐츠를 즐기면서 이러한 고독감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ICT케어매니저 및 ICT케어센터와 상시 연락한 점도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는 단순히 기기 제공에 그치지 않고 긍정적 디지털 경험과 눈높이에 맞는 이용 방법을 안내했다. 이를 통해 홀몸 어르신들의 디지털 기기 사용에 대한 자기 효능감을 크게 개선시켰다. 향후 제도 및 정책 마련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ICT가 주는 혜택이 당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우리 사회에는 불가피하게 홀몸 어르신들처럼 소외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가 어르신들께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ICT 기술·인프라만 제공한 것이 아니라 이를 제공받을 어르신들의 변화에 대해 깊이 고민했기 때문이다. ICT는 앞으로 더욱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이다. 그 속도 속에서 소외되는 이들이 없도록 하기 위해 ICT를 넘어 ‘바른 ICT’를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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