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많은 기업들의 재택근무 체제로 더욱 강화된 보안 체계가 요구되는 가운데 효과적인 보안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망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내 보안 전문가들은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스타트업:디지털 뉴딜과 보안 패러다임’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데이터 중요도에 따라 기밀자료 데이터와 일반 데이터를 나누는 해외와 달리 내부 업무망과 인터넷이 연결된 외부 망을 나누고 있는 국내 망분리 정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재택근무로 회사 외부에서 별도의 망연계 제품을 사용해 내부 업무망에 접속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오히려 현행 망분리 정책이 보안 측면에서 취약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발제 발표를 맡은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업무망과 인터넷망을 연결했다 끊었다를 반복하기 위해) 망분리 제품과 망연계 제품이 덩달아 팔리는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획일적인 망분리를 데이터 중요도 중심의 적용 체계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밀 데이터에는 접근하는 횟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비대면 환경에도 맞고 오히려 안정성도 가져올 수 있다”면서 “정보보호 정책과는 별개로 망분리 문제를 해결해야 진정하게 4차산업 혁명 시대에 진입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석 비바리퍼블리카 이사도 “고객 정보 등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할 데이터를 제외한 나머지 영역에서는 순차적으로 규제가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망분리 규제를 완화해도 다른 보안 대책이 적용되면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코로나19 발생 후) 지난 4개월 간의 무사고가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금융당국이 금융권에 한시적으로 망분리 규제 예외를 적용했지만 문제가 없었음을 지적한 것이다.
다만 금융위원회 측에서는 망분리 규제 완화에 대해 조심스러운 의견을 제시했다. 이한진 금융위원회 전자금융과장은 “국내 망분리 규제가 매우 세다는 건 인정한다”면서도 “우리나라 금융은 상호호환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한 군데가 뚫리면 크게 뚫릴 수 있다는 환경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근본적으로 해외와 다른 특성이 있기 때문에 망분리 규제를 풀기가 쉽지 않다”면서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망분리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고 있고 업계 의견을 반영해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백주원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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