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을 뒤덮은 흑사병(페스트)의 공포는 수십 년 간 이어졌지만 결과적으로 르네상스의 도래를 이끌었다. 지금 한창 그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는 예술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가?
한국예술종합학교의 한국예술연구소가 ‘코로나 이후의 예술, 예술산업’을 주제로 오는 19일 춘계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행사는 코로나19 시대의 새로운 일상이 된 온라인 실시간 중계로 진행된다. 1부에서는 음악, 연극, 미술 분야의 예술계 변화상과 향후 전망, 2부에서는 영화산업, 공연산업, 미술산업 분야의 전문가가 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코로나 전후 예술산업의 현황을 진단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윤정연 공연기획사 제이에스바흐 대표이자 한양대 작곡과 IAB(산업연계교육) 자문위원은 ‘코로나 이후의 클래식 공연’에 대해 발표한다. 윤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공연계의 온라인 콘서트, 객석 띄어 앉기와 같은 새로운 시도에 주목한다. 윤 대표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나타나는 음악청취 형태의 변화와 공연계 현장의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공연’의 갖는 의미, 특히 클래식 공연이 나아가야 할 길을 고찰한다.
이성곤 한예종 연극원 교수는 ‘뉴노멀 시대의 연극, 징후 읽기’를 주제로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연극의 위기’ 프레임에 대해 연극사적으로 접근해 보고, 현재 한국 연극계의 다양한 대응모델을 살펴본다. 경쟁의 논리보다는 공존의 모색을 통해 뉴노멀 시대의 연극만들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그 징후를 조심스럽게 읽어낼 계획이다.
김연재 한예종 미술원 객원교수는 ‘코로나 시대를 마주하는 뮤지엄의 대처 방식과 향후 전망’이라는 주제로 발표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박물관·미술관의 운영 환경은 전례 없는 위기를 마주한 가운데, 국내외 대다수의 뮤지엄들은 관람객의 방문을 무기한 통제하는 와중에도 기관의 내외부적 환경을 고려한 정책적 대응을 통해 운영상의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중이다. 김 교수는 각 뮤지엄의 대처 방식을 분석하고 향후 전망에 대한 논의거리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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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업 분야에서 정민아 성결대 연극영화학부 교수는 ‘대중문화로서의 영화의 미래: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영화관과 영화산업’을 주제로 발표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마지막 ‘천만 영화’일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정 교수는 극장과 공생관계에 있던 대형영화가 코로나 시대에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형영화 제작은 대부분 연기됐고, 영화관은 위기에 직면했지만 TV와 OTT(Over The Top)는 기회를 잡았다. 대중문화의 중심에 있던 영화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은 분명한 상황에서, 현재의 영화관과 영화산업을 진단하고 영화산업의 전환을 예측한다.
김현진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정보지원팀장은 ‘코로나19 이후 공연시장 피해와 대응’을 주제로 발표한다. 김 팀장은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의 데이터와 공연업체 대상 설문조사 결과 등을 활용해 올 상반기 공연 소비 현황과 올해 공연업체 휴폐업 및 피해현황조사 결과, 재난을 맞이한 공연업계의 대응 방안을 다룰 예정이다.
우현정 한국예술연구소 책임연구원과 신아란 연구원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술품 시장’에 관해 발표한다. 이들은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의 형태로 개최되던 대형 비엔날레, 아트페어는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국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온라인 경매는 언택트 시대를 맞아 강세로 떠오르고 있는 점을 미술품 시장 경매 데이터를 통해 살펴볼 예정이다. 동시에 온라인 미술품 거래의 장, 단점이 코로나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고 보완돼야 하는지를 논의할 계획이다.
양정무 한국예술연구소장은 “코로나로 인해 예술을 창작, 기획, 향유, 소비하는 문화가 급격히 변하고 있고, 거리두기로 인해 언택트 유통과 소비는 예술계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코로나 이후의 예술과 예술산업의 위기는 온라인과 가상환경 등 디지털 기반의 형태와 대면적 경험을 요구하는 형태 간의 조화, 예술과 사회, 방역의 공존을 숙고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만큼 이번 학술대회는 다양한 예술 장르의 학계 및 현장 전문가가 모여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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