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답사는 내 답사 인생에서 가장 감동적인 여행이었습니다.”
유홍준(71) 명지대 석좌교수 겸 전 문화재청장이 중국 서안에서 타클라마칸사막을 건너 시리아에 이르는 총 6,400㎞를 가리키는 실크로드 대장정을 마쳤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창비 펴냄) 중국편 1·2권을 출간한 그가 최근 제3권을 펴내고 지난 16일 오후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북 토크 겸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답사 길라잡이’의 대명사가 된 유 교수의 첫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지난 1993년 전남 강진과 해남을 시작으로 북한과 일본편까지 총 14권이 나왔고 누적 판매는 400만 부에 이른다.
그런 유 교수가 실크로드를 “가장 감동적인 여행”이었다고 꼽는 찾아가기 힘든 그곳에서 목격한 자연이 자신의 상상력마저 압도했기 때문이었다. 유 교수는 “실크로드가 가장 감동적이었다는 이유는 우선 가기 힘든 곳을 갔다는 점이 그러하다. 그간 답사기를 냈던 곳들은 10년, 20년에 걸쳐서 완전히 익히고 썼지만, 이번에는 4차례 여행한 것이 전부여서 사실 답사기라기보다는 여행기라고 쓰는 게 맞을 것 같기도 하다”면서 “전혀 상상치도 못했던 자연이었고, 내가 갖고 있던 자연에 대한 상상력을 뛰어넘는 곳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대부분 국가를 형성해 삶을 이루는데, 국가를 갖지 못한 민족의 서러움이 얼마나 큰가를 절감했다”면서 “우리도 만약 국가를 갖지 못했다면 티베트나 카슈카르의 위구르족 같은 상황이 됐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 민족인가를 느끼며, 그들의 역사를 보며 나를 돌이켜볼 수 있었던 것이 실크로드의 매력”이라고 밝혔다.
앞서 출간된 중국편 1,2권에서는 서안에서 시작해 하서주랑과 돈황까지의 여정이 소개됐다.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라고 부제를 단 이번 3권은 신강위구르자치구 오아시스 도시들을 따라간다. 유 교수는 “이번에 찾은 투르판, 쿠차, 호탄, 카슈가르 등의 오아시스 도시들은 타클라마칸 사막을 관통하는 구간”이라며 “흔히 실크로드라 하면 낙타를 타고 가는 길을 떠올리지만 실크로드가 열리기 전부터 그곳에는 작은 오아시스 왕국들이 넓게 퍼져 있었다. 그러다 길만 남아 ‘실크로드’라 불리지만 엄밀히 실크로드는 선(線)이 아니라 오아시스 도시들, 즉 점(點)으로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은 실크로드의 마무리일 뿐, 중국편의 끝은 아니다. “중국의 5대 고도는 다녀와야 한다”는 그는 “다음 답사기는장안(長安·현재의 시안) 낙양(洛陽·뤄양)에 관해 쓸 생각이고 북경(北京·베이징) 등 중국의 심장부가 다음 목적지가 될 것”이라며 “그런 다음 중국의 강남문화를 탐방하러 양주, 소주, 항주의 답사기를 쓰려고 한다”고 했다. 유 교수는 “장안과 낙양부터 썼으면 중화사상에 빠졌을 것”이라며 “중국의 역사는 한족뿐만 아니라 55개 소수민족의 역사와 더불어 있는 것이기에 외곽 지역부터 먼저 썼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이 외에 3권까지 출간한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눌와 펴냄)의 4·5권에 건축, 공예, 조각, 불교미술, 민속미술, 궁중미술 등을 담을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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