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국내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들과 공동 성장을 목표로 한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 강조한 ‘뉴삼성’이 중소 업체와의 협업을 기반으로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중소 팹리스 업체가 서버 없이도 반도체 칩 설계를 할 수 있는 ‘통합 클라우드 설계 플랫폼(SAFE-CDP)’을 출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서비스는 삼성전자와 클라우드 고성능컴퓨팅(HPC) 플랫폼 업체인 리스케일이 함께 구축했다. 팹리스 업체들은 이를 통해 인터넷 접속만 되면 언제 어디서나 칩 설계가 가능해졌다.
팹리스 업체들의 반도체 설계 역량도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반도체 공정이 나노(10억분의1m) 단위로 미세화되면서 반도체 칩 설계 난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설계 작업 후반부로 갈수록 필요한 컴퓨팅 자원이 크게 증가하며 칩 검증에 소모되는 시간도 늘고 있다. 삼성전자의 SAFE-CDP를 이용할 경우 서버 확장 관련 팹리스들의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칩 설계와 검증 작업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도 단계에 따라 유연하게 사용 가능하다.
국내 팹리스인 ‘가온칩스’는 SAFE-CDP를 활용해 차량용 반도체 칩을 설계한 결과 기존 대비 설계 기간이 약 30%가량 줄기도 했다. 이에 발맞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역량도 꾸준히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 장의 웨이퍼에 다른 종류의 반도체 제품을 함께 생산하는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프로그램을 공정당 매년 3~4회로 확대 운영하고 있으며 8인치(200㎜)와 12인치(300㎜) 웨이퍼를 지원한다. MPW 프로그램은 다품종 소량생산에 특화된 만큼 중소 팹리스 입장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팹리스와 디자인하우스 업체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레이아웃, 설계 방법론·검증 등을 포함한 기술 교육도 제공하고 있다.
박재홍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리스케일과 함께 선보이는 삼성전자의 통합 설계 플랫폼은 팹리스 업계가 클라우드 기반 설계 환경으로 옮겨가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며 “파운드리 생태계 강화를 통해 고객들이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지속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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