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선발되는 신입 회계사 중 ‘빅4(삼일·삼정·안진·한영)’ 회계법인에 취직하지 못하는 인원이 300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회계사 선발 인원이 역대 최대 수준인 반면 법인의 채용 인원은 지난해에 비해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선발 인원을 줄여나가겠다는 계획이다.
18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4대 회계법인의 총 채용인원은 지난해보다 약 30%가량 줄어든 750~800명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경제가 각 법인에 문의해 집계한 결과 지난해 380명으로 가장 많은 신입 회계사를 뽑았던 삼정회계법인은 올해 250명의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삼정은 지난 2015년 272명 채용에서 시작해 2016년 295명, 2017년 343명, 2018년 370명 등으로 채용 인원을 지속적으로 늘려왔으나 올해는 2015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삼일회계법인 역시 지난해 279명을 채용했으나 올해는 200명을 채용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되며 안진 150명, 한영은 200명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한영을 제외한 나머지 3개 법인이 채용 규모를 전년에 비해 줄이는 셈이다.
올해 빅4 채용 규모가 전년보다 줄어든 이유는 지난해 채용 인원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지난해부터 신외부감사법이 시작되고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되면서 각 법인에서 단기적으로 인력 수요가 늘어났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선발된 회계사 수보다 빅4 회계법인의 채용 인원이 더 많아 취업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업계가 필요 인력을 대부분 충원하면서 채용 규모를 대폭 줄였다.
문제는 올해 회계사 선발 인원이다. 연간 회계사 선발 인원은 2000년 500명대에서 점차 증가해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인 1,100명을 뽑는다. 빅4 법인이 800명을 채용할 경우 300명 정도는 중소 회계법인에 취업하거나 ‘미지정 회계사’가 되는 수밖에 없다. 매해 대형 법인에서 신입 회계사 인력을 싹쓸이하고 있어 중견·중소 법인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게 현실이지만 연봉 등 비용 문제로 채용 가능한 인원은 한계가 있다. 이런 이유로 업계는 공통적으로 회계사 수 증원에 우려를 나타내는 상황이다. 중소 법인의 인력난이 심각하지만 장기적으로 회계사 수가 늘어나는 게 감사 품질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신외부감사법 시행 등에 따라 외부감사 인력 수요가 회계법인, 감사반 소속 회계사 수(1만2,877명) 대비 약 8.67%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해 올해 선발 인원을 1,100명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당국 역시 향후 시험 적령 인구 감소를 감안하면 선발 인원을 계속 증원할 수 없다고 보고 2022년부터는 -5~+5% 이내에서 선발 인원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다만 2021년 선발 인원은 올해 수준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수험생의 예측 가능성과 형평성 차원에서 매해 선발 인원의 급격한 변동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2022년부터 시험 적령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을 향후 선발 인원 결정에서 중요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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