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로폼 단열재는 죄가 없다!’
대형 화재사고만 나면 스치로폼 단열재는 죄인이 된다. 스치로폼 때문에 불이 더 빠르게 번져 피해가 컸고, 유독가스가 나와 사상사를 더 키웠다는 비판이 빠지지 않는다. 정부도 안전 규제라는 명분 하에, 여론에 편승해 스치로폼 단열재 퇴출에 앞장 선다.
2015년 의정부, 2017년 제천, 올해 38명의 사망사고를 낸 이천화재 등을 거치면서 규제는 더 세졌고, 덧칠이 됐다. 실제 이천 화재사고를 계기로 정부는 스티로폼 단열재와 같이 불이 잘 붙는 단열재에서 유독가스까지 나와 화재사고 피해를 키운다고 판단하고, 내부 단열재에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재를 확대 적용하는 대책을 준비 중이다. 한마디로 내부 단열재에 난연재료 이상 적용과 유기질 샌드위치 패널을 무기질 그라스울 패널로 바꾸라는 것이다.
스치로폼 단열재 등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가입돼 있는 한국발포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이 참다 못해 19일 입을 열었다.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서다.
더 이상은 못버티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화재사고가 날 때마다 정부 규제가 나와 이제는 스치로폼 단열재 생산 중소기업들이 도산이나 폐업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추가 규제를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대책이 시행되면 스티로폼 단열재 생산업체는 수요가 사라져 생존이 위협받게 된다고 걱정이다.
이상녕 한국발포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스치로폼 단열재 생산 중소기업들은 지난 30년간 국가 에너지 절약정책에 부응하며 제 소임을 다 해왔다”며 “대형 화재사고가 날 때마다 규제로 추가 됐고 경영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항변했다.
스치로폼 단열재가 불이 확 붙고 유독가스가 바로 나는 것 같지만 중소기업들이 수 십 년간의 기술개발의 결실로 샌드위치 패널의 난연 및 준불연 성능을 확보해 화재가 나거나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최초 5분 이내에 소방관들이 현장에 도착할 때 까지 버틸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샌드위치 패널을 준불연 성능 확보가 아닌 무기질 그라스울 패널로 단계적으로 전환시키려고 하는 것은 정부가 일부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화재 시 발생하는 유독가스로 인한 희생자가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해 유해가스 방출 정도 및 기준을 강화하는 제도개선을 하면 되는데 굳이 LG하우시스 등 대기업들이 고가에 생산하고 있는 페놀폼과 벽산·KCC 등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그라스울 패널로 바꾸려는 것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정부의 발표된 화재안전 대책은 특정 대기업에서 생산하는 일부 단열재가 특혜를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LG하우시스의 페놀폼 단열재는 지난해 1군 발암물질 성분인 포름알데히드가 대량 검출됐다는 의혹을 받았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이번 정부 대책이 성능에 미달하는 중국산 페놀폼 단열재가 국내 중소기업이 도산·폐업되는 빈 공간을 차지하게 돼 국부유출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경고도 했다.
발포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측은 무기단열재인 그라스울 역시 지붕재로 사용하게 되면 수분으로 인한 붕괴사고가 발생하는 구조 안전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 폐기 시 마땅한 방법이 없어 매립하는 것도 어렵고 설령 매립한다고 해도 산성도가 높은 침출수가 발생해 환경오염의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형 화재만 발생하면 모든 책임이 중소기업에서 생산하는 단열재에 있는 듯 마녀사냥식의 규제를 몰고 가면서도, 대기업 단열재는 국민 건강 및 환경과 직결되는 유해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가 없는 상반된 이중 잣대를 쓰고 있다”고 항변했다.
이들의 주장은 “정부가 단열재의 목적인 단열성과 시공성, 환경성, 안전성등 단열재의 소재별 장단점을 제대로 파악하는 연구를 실시해 어떤 소재가 환경과 안전 측면에서 국가와 국민에게 더 합당한 소재인지를 밝혀달라”는 것이다. 또 정부의 일방적 정책 결정을 통한 규제 시행을 지양하고, 단열재의 실질적인 문제와 대처 방안 등에 대한 소비자, 전문가, 제조업계가 망라된 열려있는 공개 토론회와 공청회 개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 안전에 대한 여론은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어 불에 약하고 유독가스를 방출하는 스치로폼 단열재는 사용을 제한하는 쪽으로 가야 하지만, 기업들이 난연 기능을 추가한 제품까지 ‘스치로폼’ 이라는 이유로 퇴출하려 드는 것은 부당하다는 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만하다. 지난 30년간 사회 곳곳에 기여해 온 스티로폼 단열재를 이렇게 ‘불명예 ’스럽게 하루 아침에 퇴출시키는 것도 능사는 아닌 것 같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