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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없다"…삼성 이재용, 릴레이 회의 막간 식사는 '짜장면'

삼전 '트리플 악재 극복' 릴레이 회의서

JY 시간 쪼개 허기 채운 메뉴는 '간짜장'

박장대소 직원과 마주한 JY 옅은 웃음도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를 방문해 관계자 설명을 들으며 이동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가혹한 위기 상황입니다.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려 있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지난 19일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은 경기도 화성으로 내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부회장이 방문한 곳은 반도체 사업을 펼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브레인’으로 알려진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입니다. 이 부회장은 이곳에서 평직원부터 사장단까지 두루 만나며 초격차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현재 상황을 점검하는 현장경영을 펼쳤습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미중 무역분쟁 격화, 중국의 반도체 굴기 등 트리플 악재가 삼성전자의 발목을 언제든 붙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 사장단 집결로 이어졌습니다. 이 부회장은 이날 김기남 DS 부문장 부회장을 비롯해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박학규 DS 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 강호규 반도체연구소장 등 삼성전자 핵심 경영진과 미래 전략 마련에 힘을 쏟았다고 합니다. 사장단과의 간담회 직후에는 차세대 반도체를 개발하는 연구원들과 환담회를, 또 그 다음엔 국내 주요 사업장의 안전관리를 책임지는 환경안전팀장들과도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말 그대로 ‘릴레이 회의’ 였습니다.

식판 들고 한 줄 서서 배식받아...메뉴는 간짜장



뜨거운 국밥과 달리 간편하고 빠르게 한 끼를 끝낼 수 있는 면 요리, 짜장면./이미지투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경기도 화성 반도체 연구소 내 구내식당을 방문해 배식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숨돌릴 새 없이 연달아 진행된 이 부회장의 일정은 몇 장의 사진을 통해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여러 사진이 언론에 공개됐지만, 단박에 시선을 강탈한 것은 다름 아닌 ‘구내식당 컷’이었습니다. 사진 속에서 이 부회장은 점심시간 북적이는 구내식당에서 다른 이들과 똑같이 일렬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립니다. 두 손에는 식판을 들고 있네요. 이 부회장보다 먼저 배식을 받고 있는 직원들은 그를 ‘그룹 총수’가 아닌 ‘옆자리 동료’ 정도로 생각하는 듯, 표정의 변화가 크게 보이지 않습니다.

같은 시간대 구내식당을 방문한 삼성전자 직원들의 목격담을 종합하면 이 부회장은 이날 점심으로 간짜장을 먹었다고 합니다. 반찬으로는 단무지와 깐쇼새우 몇 점이 있었다네요. 많은 임직원과 릴레이 회의를 하다 막간을 틈타 먹는 점심이라 그랬을까요. 그가 후루룩~ 한 두 젓가락 만에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면 요리를 선택한 것은 “시간이 없다”며 발 빠른 위기대처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자신의 심리상태를 반영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부회장이 찍힌 구내식당 사진을 유심히 보면 코로나19 탓에 마주 보지 않고 한 줄로 나란히 테이블에 앉은 임직원들의 모습도 눈에 띕니다. 삼성전자는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임직원들에 식사하며 되도록 대화를 줄이고,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방문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경기도 화성 반도체연구소 구내식당에서 식판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가족을 챙기는 마음, 직원들 얼굴에는 웃음꽃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9일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 다양한 직급의 직원들과 마주앉아 회사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9일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 다양한 직급의 직원들과 마주앉아 회사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이 부회장이 연구소 직원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사진을 한번 볼까요. 다른 사진에서는 회의 주제만큼이나 심각하고 진중한 표정만 보이지만, 여기서는 박장대소 하는 직원들 앞이라 그랬을까요. 이 부회장 얼굴에도 옅은 웃음이 흐릅니다. 보통은 사장님과 엘리베이터만 같이 타도 직원은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는데 그룹 총수와 마주한 이분들은 웃음꽃이 피었네요.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귀띔해 준 대화내용은 소탈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지만 ‘직장인 디톡스’인 여름휴가에 대한 이야기도 잠시 흘러나왔다고 하네요. 휴가를 가고는 싶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집에 머무는 것이 맞을지 고민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도 공유했다고 합니다. 또 삼성전자가 지난 3월 대구·경북 지역에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 됐을 때 회사 차원에서 해당 지역에 가족을 둔 직원들을 대신해, 손 소독제와 마스크 등 의료용품을 전달했던 일도 이번 환담회에서 자연스럽게 주제로 떠올랐다고 합니다. 마스크 한 장 구하기 힘들었던 그 때, ‘또 하나의 가족’인 회사가 나서서 걱정을 덜어줬다는 수줍은 고백도 이어졌습니다.

한편 삼성전자는 극자외선(EUV) 공정 기반의 D램 양산과 계속되는 공격적 투자에 기반한 ‘규모의 경제’로 메모리반도체 부문 글로벌 1위 자리를 보다 확고히 한다는 방침입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도 글로벌 1위 TSMC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세계 최초로 EUV 공정을 파운드리에 도입하는 등 선단공정에 힘 쓰는 모습입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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