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만 52세 생일을 무거운 마음으로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번 생일을 사법 리스크에 대비하고 경영 현안을 챙기는 업무 등으로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생일 사흘 뒤인 오는 26일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논의하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려 편안히 생일을 즐길 여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은 23일 생일에 모친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등 가족과 조촐한 식사를 하거나 삼성서울병원에서 와병 중인 부친 이건희 회장을 병문안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이 회장이 병상에 누운 뒤 매해 경영 또는 사법 리스크로 바쁜 생일을 보냈다. 특히 2017년에는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옥중 생일’을 보내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올해 ‘최악의 생일’은 피했지만 수사심의위 결과를 앞두고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경영·사법 리스크가 불거지기 전이던 2013년 이 부회장은 중국·미국을 순방하는 해외출장 도중에 생일을 맞았다. 당시 일본 출장길에 오른 이 회장과 나란히 출국해 ‘주요2개국(G2) 출장’ 일정을 소화하며 차세대 삼성 총수로서 입지를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회장 와병 이후 삼성과 관련된 이슈가 생기면 직접 상관이 없어도 이 부회장에게 책임이 돌아가는 행태가 반복되면서 생일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상태다. 2014년에는 이 회장 와병에 따른 총수 공백을 최소화하며 시간을 보냈고 2015년에는 생일 당일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모친인 홍 전 관장도 이 부회장이 몇 년째 검찰 수사와 재판에 시달리며 두문불출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홍 전 관장은 남편인 이 회장이 갑자기 쓰러진 뒤 7년째 입원 중인 상황에서 아들인 이 부회장이 계속 고초를 겪는 것에 망연자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홍 전 관장은 이 부회장이 구속수감 중이던 2017년 7월 부산의 한 사찰을 찾아 불교의식을 지내기도 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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