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5년까지 총 76조원이 투입되는 ‘한국판 뉴딜’ 추진을 위한 범부처 조직이 출범한다. 14개 중앙부처가 한국판 뉴딜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중심을 잡고 이를 컨트롤할 별도조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한국판 뉴딜이 사실상 당청 주도로 추진되는 탓에 범부처 추진단이 이렇다 할 권한 없이 단순 집행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정부 고위관계자는 “여러 부처가 한국판 뉴딜 사업에 참여하게 됨에 따라 보다 정돈된 추진체계가 필요해졌다”면서 “다음달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할 때 부처들이 참여하는 한국판뉴딜범정부추진단(가칭)의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등 일부 부처는 한국판 뉴딜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자체 전담조직을 꾸리고 나선 상황이다. 부처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도 지역 내에 뉴딜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민간전문가가 아닌 공무원을 추진단장으로 하고 직제는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 아래 두는 방안을 유력하게 논의하고 있다.
“靑·與 집행기구 전락 경계해야” |
정부가 기획재정부 아래 한국판뉴딜추진기획단(가칭)을 두려는 것은 개별 부처 사업을 중앙집권적으로 조율해 추진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형 사업을 따내려는 지역 민원까지 더해져 대형 국가 프로젝트인 한국판 뉴딜이 자칫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판 뉴딜의 양대 축은 디지털과 그린이다. 벌써 몇몇 부처가 사업 주도권을 쥐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장관들 간 ‘쟁탈전’ 분위기까지 연출되고 있다. 한국판 뉴딜에 오는 2025년까지 76조원(디지털 36조원, 그린 27조원, 고용안정 13조원)이 투입될 예정인 만큼 주도권을 쥐게 되면 향후 부처 예산 확보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이달 초 실장급(1급)을 단장으로 하는 그린뉴딜 추진단을 구성했다. 국토교통부도 김현미 장관 지시로 최근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디지털뉴딜을 두고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비대면산업육성TF를 발족시켜 산업통상자원부와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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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뿐 아니라 지자체들도 한국판 뉴딜 사업을 따내기 위해 나서고 있다. 그린 리모델링, 디지털 사회간접자본(SOC) 구축이 추진되는 한국판 뉴딜을 기회로 삼아 대규모 인프라·건설 사업 유치에 나서는 분위기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판 뉴딜을 그동안 지역 민원 해결의 기회로 삼으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조만간 출범될 범정부 추진단이 보다 강력한 권한을 쥐고 한국판 뉴딜을 이끌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청와대와 집권 여당, 지역 민원에 끌려다니기만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책 사업을 조율할 범부처 조직의 필요성은 인정된다”면서도 “다만 범부처조직이 청와대와 집권 여당의 집행기구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합리성을 갖춘 자율 조직이 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뉴딜 명분으로 신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내나 |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전력 생산이 간헐적이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불가능하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라 최근 민간 발전시장은 공급과잉과 가격하락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기도 하다.
민주당은 또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 역시 그린뉴딜 종합대책에 담을 방침이다. 민주당 코로나19 한국형 뉴딜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지난 4월 총선 공약으로 ‘2050년까지 넷제로(온실가스 순 배출량 ‘0’) 달성’을 이미 선언한 만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를 훨씬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장이 환경 문제에만 치우쳤다고 우려한다. 지난달 공개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은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설비를 2034년까지 78.1기가와트(GW)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도 ‘신재생의 간헐성 등을 감안, 최대 전력 시의 공급기여도는 11.2GW만 반영’한다고 명시했다. 설비에 비해 신재생의 전력 공급 능력이 8분의1가량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최초로 언급한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신재생 설비 78.1GW는 서울시 면적의 1.7배의 숲을 뒤덮어야 가능한 수치”라며 “재생에너지 3020 자체가 비현실적인데 여기서 어떻게 (신재생 비중을) 더 늘리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세종=한재영·조양준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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