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위기를 지나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올해 상반기 임원 인사에서 단 한 명도 승진시키지 않기로 했다. 위기극복을 위해 조직 슬림화와 함께 20% 임원감축을 동시에 실시할 계획이다. 핵심 계열사인 현대중공업은 일감절벽에 시달리는 해양사업부를 조선사업부와 통합해 조직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번 상반기 정기 인사에서 승진 인사를 내지 않기로 했다. 대신 임원 20% 가량을 사퇴시킨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조선사업부, 해양플랜트사업부 등의 임원 12명을 자문역으로 위촉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그룹의 전체 임원 수는 기존 260여명에서 50명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현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면밀하게 검토하면서 우선적으로 전체 임원 수를 줄일 필요성이 제기됐다”며 “현대중공업의 이같은 고강도 경영조치는 그룹 내 전 계열사에서 각 사별의 상황을 고려해 동시에 시행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또한 현대중공업은 오는 7월 1일부터 별도로 운영되던 조선사업와 해양사업을 조선해양사업부로 통합해 운영한다. 일감이 바닥난 해양사업부 근로자들을 상선 부분으로 옮겨 유휴인력 발생을 막고, 비어있는 해양플랜트 안벽을 LNG(액화천연가스)선 등 상선 건조에 쓸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악화하는 경제환경 및 시황 변화에 따라 조선사업와 해양사업을 통합운영하고 있는 업계의 추세를 반영한 조치”라며 “조직의 효율성 제고와 체질개선을 통해 경쟁력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이와 함께 조선, 해양은 물론 엔진, 경영지원 등 전사적으로 조직의 필요성과 실효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유사부서 간 통합을 통한 조직 슬림화도 동시에 실시한다. 이를 통해 전체 부서의 약 20%를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의 이같은 고강도 경영조치는 수주부진과 더불어 잇따른 사업장 사망사고에 대한 ‘문책성’이 짙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근로자 4명이 잇따라 숨지면서 사내 안전문제가 지적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위기 타개를 위해 초고강도 인력 구조조정 카드를 꺼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저가 수주로 몸살을 앓던 2014년에 임원 30% 이상을 사퇴시키는 인사를 단행했고 2016년에도 조선업 불황이 계속되면서 5개 계열사 임원 25%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조선 업계에서는 당시 희망퇴직 등 조치가 이어졌던 점을 고려해 이번에도 추가 구조조정이 나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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