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핵심 축인 전자업계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맞서 싸우는 의료진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적극 표현하고 나섰다. 지난 4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현장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을 응원하기 위해 시작한 국민참여형 응원캠페인이 인연을 타고 넘어 재계 핵심인사들에 닿았다.
2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이석희 SK하이닉스(000660) 사장과 정철동 LG이노텍(011070) 사장, 경계현 삼성전기(009150) 사장 등 전자업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잇따라 ‘덕분에 챌린지’에 참여했다. 전자업계에 ‘덕분에 챌린지’ 불꽃을 전달한 이는 전자공학회장을 맡고 있는 임혜숙 이화여대 엘텍공과대학 전기전자공학 교수다. 학계서 넘어온 공은 전자업계 전반으로 퍼져나가는 모습이다. 앞서 4, 5월에는 유통이나 금융 등 소비자와 친숙한 기업들이 연달아 챌린지에 참여했던 것처럼, 개인적 친분이나 업무 연관성이 있는 기업들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는 전자업계로 넘어온 챌린지 열풍이 어떤 지형도를 그려낼지 주목하고 있다. 스타트를 끊은 이 사장은 SK하이닉스에 오기 전, 인텔에서 근무했으며 KAIST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는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그가 지목한 대상 3명 가운데 전기전자공학부 학부장을 맡고 있는 문재균 KAIST 교수가 있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또한 이 사장이 지명한 명단에는 반도체 장비업체이자 오랜 협력사인 주성엔지니어링의 황철주 사장도 있었다. 이들 모두 이 사장과 맺은 일터에서의 인연이 지명의 이유였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사장이 SK그룹 계열사도 아닌 LG이노텍의 정 사장을, 다시 정 사장이 경쟁사인 삼성전기의 경 사장을 지목한 흐름에 대해서는 전자업계서도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LG이노텍과 삼성전기는 생산하는 부품 가운데 일부가 같은 시장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관계라는 점에서, 두 사장의 교류가 주목받고 있다. 각 사에서는 ‘덕분에 챌린지’ 지명이유에 대해 공식적으로 “대표이사 사장의 개인적 결정이기에 지명된 분과 어떤 사이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어 궁금증을 더 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세 명의 사장이 모두 한국 전자업계의 발전을 현장에서 경험하고 이끌어 온 산업역군이라는 공통점으로 이번 챌린지 배경을 설명한다. 이 사장은 1965년생, 정 사장은 1961년생, 경 사장은 1963년생으로 나이 차가 크지 않다. 1960년대 초중반에 태어나 1980년대 고도 성장을 이끌었던 전자업계서 활발하게 뛰었다는 경력도 동일하다. 특히 이들의 이력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가 ‘엔지니어’라는 점도 이번 챌린지를 계기로 부각되고 있다. 각각 미래기술연구원장이나 생산 최고책임자(CPO), 메모리 반도체 설계 전문가로서 현업전선에서 겪는 노고를 잘 이해하는 사장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사장·정 사장 등이) 단순히 개인적 친분이 있는 인사에 순서를 넘기는 것에 머물지 않고 임직원과 업계 전반에 ‘덕분에 챌린지’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대상을 고심해 지명한 것 같다”며 “특히 협력사도 함께 언급하며 언론이나 사회의 시선을 중견·중소기업으로 가게 한 것도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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