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투자자를 상대로 2억달러(약 2,400억원) 규모 교환사채(EB)를 발행했던 카카오(035720)가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수익을 안겼다. 과거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로 재무부담이 가중돼 신용도 악화 우려를 받았던 카카오는 실적을 무기로 4년 만에 깔끔하게 역전에 성공했다. 큰 수익을 기대하는 외국계 투자자들이 주식공개(IPO)를 앞둔 카카오 계열사들에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어 계열사 상장 작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EB에 투자한 글로벌투자자들이 최근 물량 대부분을 주식으로 교환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는 지난 2016년 글로벌 연기금 투자자를 상대로 2억달러 규모의 EB를 발행했다. 아시아와 유럽 등 국부펀드와 장기투자자가 EB 대부분을 가지고 갔다. 카카오는 당시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2조원에 이르는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재무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카카오는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EB를 발행하면서 금융조달 비용을 적극 줄여나갔다. 더욱이 약속한 기한 내 주가까지 오르면서 투자자들에게는 높은 수익을 안겼다.
EB의 기초자산은 로엔엔터테인먼트(카카오M)였다. 카카오에 흡수합병되면서 로엔엔터 주식을 교환 대상으로 제공할 수 없게 되자 카카오는 자사주 179만주를 교환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투자자들도 이를 받아들였다. 당시 카카오가 약속한 교환가는 주당 12만8,386원이다.
EB 투자자들은 주식교환까지 4년을 기다렸다. 카카오의 주가는 지난해 하반기까지 10만원 안팎의 박스권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다. 그러다가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상승 흐름을 탔고 EB 투자자들은 3월부터 투자 회수에 들어갔다. EB 투자자들은 2,200억원어치 물량을 주식으로 요청했고 카카오는 약 170만주의 자사주를 처분했다.
EB를 교환이 늘었다는 것은 기관투자가들이 카카오의 주가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투자자들이 자사주 교환을 집중적으로 요청한 4월7일 카카오의 종가는 16만원을 기록했는데 주가는 이달 28만원대로 치솟았다. 주가 추이를 고려하면 교환가액 대비 2배 수준에 이르는 수익을 남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자사주 요청이 들어오지 않은 66억원 규모 EB에 대해서는 최근 조기상환했다.
글로벌투자자들이 이번 투자로 막대한 수익을 달성하면서 향후 카카오 계열사에 대한 투자의 문호를 더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도 카카오는 계열사의 IPO를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M 등이 대표적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실적이 미미한 초기 단계 사업에도 대규모 자금을 과감히 투입하고 있다”면서 “성장을 확신한 투자자의 지원 아래 IPO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희기자 choyh@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