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서울지하철 탈선사고의 원인으로 열차 노후화 문제가 거론되면서 노후차량이 신형으로 완전 교체되기 전까지의 기간을 조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철도당국이 추진 중인 노후전동차 교체 작업에 최소 4~5년이 소요되는 만큼 탈선사고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사고를 막기 위해 전동차 교체를 위한 예산 확보와 함께 평시 차량 점검과 유지·보수에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23일 서울경제가 서울교통공사(서울메트로)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운영하는 지하철 1~8호선(5월 기준) 전동차의 차령을 전수조사한 결과 전체 5,169량 중 66.6%에 해당하는 3,445량이 정밀안전진단 대상인 20년 이상의 노후전동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주민들이 이용하는 전동차 10대 중 6대가 운행한 지 20년이 넘은 노후차량인 셈이다. 특히 4호선과 5호선은 차령 20년 이상 전동차의 비중이 각각 95%(760대), 100%(608대)에 달한다.
열차가 노후화되면 그만큼 사고 확률은 높아진다. 차체 스프링이 노화하면 스프링 복원능력도 함께 감소해 궤도 안전도가 저하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서울시는 차령 20년 이상 전동차의 고장 원인 중 ‘노후화(52.8%)’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발생한 신길역 부근 1호선 탈선사고의 원인도 차량 노후화에 따른 차축 베어링 손상으로 파악됐다. 5월 발산역 5호선 탈선사고 차량 역시 정밀안전진단을 받고 이동하던 25년 된 노후전동차였다. 한국철도학회 소속의 한 전문가는 “사고 원인은 종합적으로 따져봐야겠지만 노후화된 차량을 신형으로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탈선사고를 줄이는 데 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코레일과 서울메트로도 향후 4~5년 내로 노후전동차를 신형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코레일은 전동차 1,012량에 대한 교체 작업을 위해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서울메트로도 올해 말 도입 예정인 2호선 114량을 포함해 오는 2025년까지 2·3·4·5·7·8호선 등 총 1,614량의 노후차량을 교체하기로 했다.
문제는 예산 확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노후전동차의 중장기 교체계획은 2027년까지 마련해놓은 상태지만 시나 국비 지원 없이는 진행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전동차 교체에 필요한 예산은 열차 한 량당 11억~15억원으로 추정된다. 물론 현행법상 정밀안전진단 검사에 통과하면 5년씩 사용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계획대로 전동차 교체 작업이 추진되더라도 그 기간 동안 노후전동차에 따른 사고 위험은 상존할 수밖에 없다. 교체 작업이 마무리되는 향후 4~5년 동안 차량 점검 및 유지·보수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서광석 한국교통대 교수는 “주·월마다 점검을 하는데도 열차나 레일 결함으로 사고가 난다면 점검의 의미가 없다”며 “평소 차량 점검과 유지·보수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노후전동차의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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