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개 양상에 따라 금융 불안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코로나19가 연중 내내 지속될 경우 전체 기업의 절반이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위기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24일 금융통화위원회 금융안정회의를 마친 뒤 2020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발표했다. 한은은 코로나19 충격이 내수 2·4분기, 해외수요 3·4분기까지 미치는 기본 시나리오와 연중 내내 지속되는 심각 시나리오로 나눠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이자보상배율은 2019년 3.7배에서 기본 시나리오에서 1.5배, 심각 시나리오에서 1.1배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심각 시나리오에서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기업 비중이 50.5%까지 상승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1미만이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낼 수 없다는 의미다.
기업 유동성은 기본 시나리오에서 30조9,000억원, 심각 시나리오에서 54조4,000원이 부족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은 유동성 부족이 구조적 문제보다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일시적 성격임을 감안해 시의적절한 자금지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반적인 금융시스템 상황을 알려주는 금융안정지수(FSI)는 2월부터 빠르게 상승해 4월 22.3으로 위기 단계로 진입했다가 5월 18.0으로 소폭 하락했다. 여전히 주의단계 임계치인 8을 상당 폭 넘어서는 수준이다.
FSI는 금융·실물 6개 부문의 20개 월별 지표를 표준화해 산출한다. 이 지수가 8~22면 주의단계이고, 이를 초과하면 위기단계다. 지난해 8월 8.3으로 2016년 12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주의단계에 진입한 바 있다.
한은은 한은법에 따라 6월과 12월에 금융안정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3월과 9월에 별도의 금융안정상황 자료를 발표하고 있다. 다만 지난 3월 금융안정회의에서는 금융안정상황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당시 한은은 “현재 금융·경제 상황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매우 크고, 금융 시스템에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므로 현시점에서 금융안정 상황을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날 한은은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과 미·중 갈등 고조 등 대내외 불안요인이 잠재된 만큼 높은 수준의 경계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가계신용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확대된 가운데 경기부진 등으로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이 낮아지면서 채무상환부담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민좌홍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금융시스템은 정부 정책으로 대체로 안정된 흐름이지만, 불확실성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발생 가능한 위험을 점검하고 있다”며 “고용여건이 외환위기 수준으로 악화하면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되고 대출부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지원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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