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주수입원인 공공조달시장에서 사실상 퇴출선고를 받은 부정당제재업체에 대한 행정사면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악화된 중소기업 경영을 개선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정당제재란 국가계약법상 계약당사자가 계약질서를 어지럽힐 경우 최대 2년까지 조달시장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4일 중기중앙회에서 연 ‘부정당제재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사례부문 발제를 맡은 정원 변호사는 “부정당제재는 사실상 조달시장 퇴출을 의미하는 가혹한 처분임에도 기계적이고 획일적으로 제재가 이뤄지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국가경제적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부정당업체에 대한 행정사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이 주로 이용하는 공공조달시장은 연간 123조원에 달한다. 판로뚫기가 어려운 중소기업 입장에서 조달시장은 ‘단비’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부정당제재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처벌 수준이 과도할뿐만 아니라 제도 자체도 문제가 있다는 게 정 변호사의 주장이다. 정 변호사는 “제재를 내릴 수 있는 근거인 국가계약법령과 지방계약법령의 제재사유와 기준이 상이하다”며 “계약업체가 통제할 수 없는 하청업체의 위반행위나 관련 수사나 재판이 끝나기 전에도 제재가 내려진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황창근 홍익대 교수에 따르면 부정당업체에 대한 제재는 2014년 280건에서 2018년 483건으로 두 배 남짓 증가했다. 그만큼 제재가 남발되는 측면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황창근 교수는 “사업자 권익 보호를 위해 중복적 행정제재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다 “동일행위로 과징금 등 다른 제재를 받으면 부정당 제재를 면제하거나 감경하고 법인, 단체, 대표자까지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양벌규정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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