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도하는 이른바 ‘구글세’ 도입 논의가 늦어지면서 세계 각국이 자체 ‘디지털서비스세’를 임의로 도입하고 있다. 이에 네이버와 카카오(035720) 등 국내 디지털 기업의 세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4일 OECD 산하 경제자문기구인 BIAC 한국위원회 연례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BIAC 조세관련 정책그룹에서 활동하는 이경근 위원은 주제 발표에서 국가 차원의 대응 필요성을 촉구했다.
디지털세는 고정사업장 없이 매출을 내는 글로벌 정보통신(IT)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고안된 조세다. OECD가 연말까지 가이드라인을 내기 위해 논의 중이지만 각국의 이해가 첨예해 합의에 도달한다 해도 집행에는 4~5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각국 정부는 자체적인 ‘디지털서비스세’를 일방적으로 도입해 온라인 광고와 데이터 판매 등의 매출에 부과 중이다. 전경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세수 부족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프랑스를 시작으로 서유럽권은 2~3% 수준의 디지털서비스세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체코 등 동유럽권은 5~7% 수준의 높은 디지털서비스세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인도·인도네시아·태국·베트남 등도 디지털서비스세 또는 이와 유사한 원천징수제를 도입했거나 도입하고자 한다. 특히 전경련은 한국 기업이 다수 진출한 아시아 국가들의 과세 범위는 소프트웨어·동영상 등 디지털 전반을 포함하고 있어 더 큰 제약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 위원은 각국의 디지털서비스세로 이중과세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중과세 방지 협정에 따라 해외에서 소득세·법인세를 납부하면 국내에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디지털서비스세는 매출에 부과하는 간접세에 가까워 공제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네이버쇼핑·지마켓 등에서 인도 내 마스크 매출이 20억원 발생했다면 전자상거래 운영 당사자가 인도 과세당국에 4,00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에 대한 세액공데 혜택을 받기 어렵다.
이는 네이버·카카오·게임 기업 등 해외 매출이 많은 국내 기업의 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위원은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라며 “정부가 OECD와 같은 다자기구에서 적극 활동해 디지털서비스세 일방 도입 국가에 대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세액공제를 확대해 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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