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마치 해저 깊은 곳에 지진이 생긴 것처럼 (강력하게 쓰나미를 일으키며) 기존 교육 관념을 바꿀 것입니다. 앞으로 고용주는 아이비리그 졸업생보다는 새로운 방법을 통해 배우고 다양한 스킬을 가진 인재를 원할 것입니다.”
벤 넬슨 미네르바스쿨 최고경영자(CEO)는 24일 KAIST 글로벌전략연구소(GSI)와 한국4차산업혁명정책센터(KPC4IR)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비대면 사회의 교육혁신’을 주제로 개최한 온라인 국제포럼에서 “일부에서 온라인 수업은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네르바스쿨은 학생들이 세계 7개 도시를 돌며 생활하면서 인터넷으로 강의를 듣는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해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것이 특징이다.
넬슨 CEO는 “명문 엘리트 대학에서도 성공하는 졸업생 비율은 10% 이하로, 비판적 사고나 문제해결방법을 가르치지 못한다”며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개인에게 차별화된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다면 온라인 학습은 저렴하게 모든 이가 접근할 수 있는 교육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산하는 대학이 늘고 교육에서 시간과 공간의 유연성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대학평가기관인 타임스하이어에듀케이션(THE)의 필 베티 최고지식책임자(CKO)는 6개 대륙, 53개 국가, 200개 대학의 리더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소개하며 “영국과 오세아니아에서는 각각 80%, 60%가 대학의 파산을 예상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맞춤교육이 대세가 되며 시간과 공간의 유연성이 높아지고 좀 더 저렴하게 차별화된 학습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탄엥체 싱가포르국립대 총장은 “외국 학생과 교수의 입국이 어려워 학교에서 다양성에 큰 타격을 입게 돼 대학 수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져 여러 분야의 전문 지식과 기술을 통합하는 교수법이 필요하고 학생과 교수 모두 뛰어난 디지털 역량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탄력성과 뛰어난 적응력을 갖춰주기 위해 스타트업에서 다양한 체험학습과 실험학습을 하도록 지원한다고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는 직업연계교육과 평생학습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1세대 온라인 공개수업(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의 대표주자인 코세라의 제프 마지온칼다 CEO는 “온오프라인 혼합 강의실이 늘어나고 오프라인 강의와 비슷하거나 더 큰 성취도를 낼 수 있는 온라인 교육이 개발될 것”이라며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직무에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교육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온라인 학습법을 혁신한 스타트업 CEO들의 경험담도 눈길을 끌었다. 일론 머스크가 후원한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 우승 기업인 에누마의 이수인 대표는 “학교에서 연령별 교육과정을 이수하도록 하지만 학습능력 배양에 효과적인지 의문”이라며 “코로나19 사태에서 아동의 학습능력 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므로 자발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교습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오픈소스를 바탕으로 한 교육 소프트웨어인 에누마는 아동에게 게임에 기반한 교육을 하며 기초연산·독해·작문 능력을 키워준다. 그는 “아프리카 탄자니아라든지 방글라데시 난민캠프 등에 성공적으로 도입했다”며 “외국어와 디지털 교육 서비스도 추가했다. 한국 내 이주민 가정 아동이나 초등학교 2학년까지 스스로 학습한 데이터를 학교에 보내준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기반 원격 코딩교육 업체인 엘리스의 김재원 대표는 “학생들은 확장성과 보안성을 확보한 대규모 가상학습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며 “AI 교육 도우미가 있어 학생들의 학습 진행도를 살펴 중도 포기하거나 하차하기 전에 피드백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에서도 학생들이 상호 작용하며 대화할 경우 완수율도 높아지고 훨씬 더 많이 배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KAIST를 포함한 과학기술특성화대학들이 교육혁신 선도 모델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며 “학생 맞춤형 교육, 기업과 연계한 프로젝트 기반 학습으로 혁신 모델을 마련해 일반 대학으로 확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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