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원자가 결합해 분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앞으로 다양한 유·무기 촉매 반응과 체내 생화학적 반응 메커니즘을 밝혀내면 효율이 좋은 촉매, 단백질 반응과 관련된 신약 개발의 기초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의 이효철 부연구단장(KAIST 화학과 교수) 연구팀은 25일 ‘네이처’에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X-선자유전자레이저(펨토초 X선 펄스)를 활용해 이 같은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화학반응 과정을 관찰하기 어려운 것은 원자 크기와 반응 공간이 옹스트롬(Å·1억분의 1㎝) 단위로 측정해야 할 만큼 작은데다 반응속도는 펨토초(fs·1,000조분의1초) 단위로 측정해야 할 만큼 빠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물속에 녹아 있는 금(Au) 원자에 레이저를 쏴 금 원자 3개가 결합하는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이 과정을 펨토초 X선 펄스로 관찰했다. 화학반응이 진행 중인 금 원자들에 펨토초 X선 펄스를 쪼이면 X선 펄스가 원자에 부딪혀 산란하고 서로 간섭해 만들어지는 물결 모양 X선 산란 영상을 얻을 수 있다. 그 결과 3개의 금 원자로 이뤄진 금 삼합체(trimer)는 결합을 통해 두 개가 동시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두 단계에 걸쳐 결합해 생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이저를 쪼이면 35펨토초 후 가까운 거리에 있던 금 원자 2개 사이에 먼저 공유결합이 만들어지고 360펨토초 후 3번째 금 원자가 먼저 결합한 두 금 원자에 결합해 금 원자 3개가 일직선을 이루는 삼합체가 완성된다.
연구팀은 화학결합 형성 이후 원자 간 거리가 늘어났다가 줄어드는 진동 운동을 하는 것도 관측했다. 제1저자인 김종구 선임연구원은 “단백질 같은 거대분자 반응뿐만 아니라 촉매분자의 반응 등 다양한 화학반응의 진행 과정을 원자 수준에서 규명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