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영국 주재 한국대사관 소속 공사가 대사관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주장을 인터넷 매체를 통해 폭로한 40대 남성에게 대법원이 무죄 취지의 판결을 했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오모(40)씨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원심은 오씨의 혐의 내용 중 일부만 유죄로 판결하며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오씨는 지난 2016년 인터넷 매체 딴지일보를 통해 전직 주영국 공사 A씨가 대사관 직원을 성추행했다고 폭로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A씨가 지난 2009년 회식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으며 수많은 여성을 희롱했다고 주장했다. 오씨는 글에서 “여직원과의 스캔들(불륜)은 물론이고 회식 후 성추행을 일삼았다”며 “수많은 여성을 희롱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가 지난 2004년 여기자를 추행하고도 외교부에서 가벼운 징계만 받고 대사 직위까지 올랐다며 정부의 처벌을 비판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오씨가 올린 글 전체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오씨가 A씨와 개인적 감정이나 경제적 이해관계 등으로 비방할 만한 동기를 찾을 수 없다”며 “고위 외교관의 권한남용, 비위 등을 공론화·개선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는 외교부 고위공무원으로 공적 인물이고, 공무원의 성 비위는 일반 국민의 검증·비판 대상”이라며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지만 전체 내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앞서 1심은 오씨가 올린 글 중 여기자 성추행 부분만 무죄로 보고 나머지는 모두 유죄로 판단,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2심에서는 A씨가 2009년 대사관 직원을 성추행하고 불륜을 했다는 부분도 무죄로 봤다. 성추행 정황을 당사자로부터 제보 받았고, 불륜 사실도 감찰이 이뤄졌었다는 점을 고려했다. 2심은 수많은 여성을 희롱했다는 부분만 명예훼손으로 인정하고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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