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이사회를 열어 4조원에 달하는 한국전력 인도네시아 자와(JAWA) 9·10호기 화력발전소 건설사업 안건을 논의했지만 의결에 이르지는 못했다. 여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과 환경·시민단체가 ‘경제성이 낮다’며 십자포화를 퍼붓자 크게 부담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26일 윤한홍 미래통합당 의원실에 따르면 이날 한전은 오후 4시 서울 양재동 아트센터에서 개최된 이사회에서 자와 9·10호기 사업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을 비롯해 ESS 안전성 확보 방안, 배전연계 확대 방안, 중장기 재무계획 등 안건을 상정했다. 자와 사업 안건은 가장 마지막에 논의됐으나, 결국 의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한전 내부에서도 자와 사업이 이사회 안건까지 올랐다가 보류된 것은 의외라는 분위기다.
자와 사업은 한전과 인도네시아 파워(인도네시아 전력청 자회사) 등이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추진하는 것으로 자카르타 인근에 석탄화력발전소 2기를 짓는 대형 프로젝트다. 한전이 시행사, 두산중공업이 시공사로 참여했다. 한전은 5,100만달러의 지분 투자와 2억5,000만달러의 주주대여금 보증으로 참여할 계획이며, 두산중공업이 수주한 금액만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자와 사업은 지난 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 재심의를 최종 통과한 바 있다.
한전 측은 이사회 전날인 25일까지 안건 상정에 대해 고심을 거듭했다. 특히 최근 정부와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를 골자로 한 그린뉴딜 정책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자와 사업을 철회할 것을 한전에 강하게 압박하자 고심이 더욱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사회 시일이 가까워지면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부대표를 역임한 바 있는 시민단체 기후솔루션을 비롯해 그린피스,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KDI 예타 조사에서 880만달러(약 1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낼 것으로 분석됐다며 자와 사업이 경제성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그러나 한전 측은 인도네시아 민자발전 시장 진출을 위한 노력이 지난 2002년부터 지속돼 왔고, 특히 향후 10년 간 30기가와트(GW) 이상의 인도네시아 민자발전 사업 추가 발주가 예상되는 만큼 잠재력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시공사인 두산중공업의 경우 총 300개가 넘는 협력사가 자와 사업 개시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두산중공업은 신한울 원자력 발전소 3, 4호기 건설 중단 등으로 악화된 경영 상황에 코로나 19까지 겹치며 결국 정부로부터 수조원대에 달하는 금융 지원을 받았는데, 자와 사업까지 철회될 경우 회복 못할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만일 자와 사업이 철회된다면 정부가 금융지원까지 한 기업의 해외 사업을 정치권이 ‘그린뉴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구실로 주저 앉히게 되는 셈이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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