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 동안 영국·프랑스·스페인 사람이 해내지 못한 일을 독일인 위르겐 클롭(53)이 해냈다.
클롭 감독이 이끄는 리버풀이 26일(한국시간) 30년 만의 잉글랜드 프로축구 1부리그 정상에 섰다. 통산 19번째 우승이지만 지난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로는 첫 우승이다. 마지막 우승은 무려 30년 전인 1989~1990시즌 때였다.
이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가 없던 리버풀은 4위 첼시가 2위 맨체스터 시티를 2대1로 이기면서 앉아서 우승을 확정했다. 리버풀은 승점 86(28승2무1패)으로 맨시티(승점 63)와 23점 차라 남은 7경기에서 모두 져도 역전당하지 않는다. 여유로운 우승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리그 취소 얘기까지 나왔던 일을 생각하면 극적인 우승이다. 리버풀은 석 달 만의 리그 재개 이후 2경기를 치르고 우승을 결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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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네 살에 감독 생활을 시작한 클롭은 감독 데뷔 이후 리그 우승컵을 3개째 들어 올리게 됐다. 7년간 도르트문트에 머물며 독일 분데스리가 우승을 두 차례 지휘한 그는 2015년 10월 리버풀 감독으로 부임한 후 다섯 시즌째에 리버풀의 한을 풀어줬다. 지난 시즌에는 맨시티에 1점이 모자라 2위에 만족했는데 한 시즌 만에 맨시티를 멀찍이 따돌렸다. 리버풀의 전설 케니 달글리시(영국)가 감독으로 1989~1990시즌 우승을 이끈 후로 영국·프랑스·스페인 국적의 정식 감독 7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누구도 우승에 다다르지 못했다.
도르트문트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준우승)으로 안내했던 클롭은 2018~2019시즌 리버풀에 챔스 우승까지 안겼다. 클롭의 리버풀은 최근 13개월 사이에 유럽 챔피언과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챔피언, 잉글랜드 챔피언에 차례로 올랐다. 이날 우승이 확정된 뒤 클롭은 “대단한 순간이다. 팬들을 위한 밤”이라며 감격해 했다. 달글리시 전 감독은 “클롭이 곧 리버풀이다. 리버풀 축구의 완성을 보여준 인물”이라고 극찬했다.
2014년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행 얘기가 있었지만 클롭은 이듬해 리버풀로 갔다. 정장 대신 트레이닝복을 입고 모자와 뿔테안경까지 쓰면서 ‘노멀 원(평범한 사람)’을 자처한 그는 실제로는 누구보다 특별하게 리버풀을 바꿔나갔다. 치밀한 전술이 바탕이 된 거침없는 ‘헤비메탈 풋볼’로 승점과 팬들의 지지를 동시에 얻어나갔다. 주장 조던 헨더슨은 “그는 모든 것을 바꿨고 모두가 그를 따랐다”고 돌아봤다.
2018년에 들어서며 공격형 미드필더 필리피 코치뉴를 바르셀로나에 팔고 버질 판데이크와 알리송 베케르를 각각 수비수·골키퍼 최고 이적료로 데려온 모험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였다. 리버풀은 이제 맨시티가 갖고 있는 한 시즌 최다승(32승)과 최다승점(100포인트), 2위와 최다승점 차(19점) 기록 경신에 도전한다. 리버풀이 남은 7경기에서 5승을 더하면 시즌 최다승 기록을 경신하게 되며 이르면 오는 7월16일 아스날전에서 최다승점 기록을 갈아 치울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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