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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있으라...빛의 거장들 '벤딩 라이트'

‘빛의 거장’으로 불리는 제임스 터렐(왼쪽부터), 로버트 어윈, 피터 알렉산더의 작품을 8월14일까지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 열리는 ‘벤딩 라이트’전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제공=Pace Gallery




LA에서 태어난 피터 알렉산더(1939~2020)는 바다에서 서핑을 즐기다 서핑보드를 닦아 광을 내는 과정에서 ‘레진 조각’을 떠올렸다. 진액 같은 레진이 굳어서도 투명하게 빛나니 선명한 색감으로 바다 느낌을 표현하기에 제격이었다. 2005년 이후 재료로 삼은 우레탄은 독성도 없어 더욱 좋았다. 겉으로는 얼음처럼 투명하고 매끈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바다의 출렁임과 빛의 일렁임이 역동적으로 담겨 있는 정중동(靜中動)의 조각이다. 색색의 막대 모양으로 설치한 작품은 그 자체로 심해의 물색, 샛노란 태양빛, 붉은 열기와 해변 모래에 대한 추억들을 소환한다.

로버트 어윈(92)은 형광등을 재료로 삼았다. 불켜지지 않은 형광등이 꼭 빛을 내뿜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투명한 젤로 덮여있기 때문이다. 그는 빛을 탐색하며 사람의 시지각을 연구했다. 빨강·초록·노랑·흰색 등이 뒤섞인 형광등을 흰 벽에 설치하되, 중간 중간에 연한 회색을 칠했다. 이를 통해 빛과 그림자, 진짜 빛과 가짜 그림자의 교차 등을 통해 기묘한 눈의 즐거움을 선물한다.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 8월 14일까지 열리는 ‘벤딩라이트’ 전시 전경. /사진제공=Pace Gallery


‘빛의 마술사’로 불리는 제임스 터렐(77)은 16살에 파일럿 자격증을 따 일찍이 하늘을 경험한 것이 작품에 영향을 미쳤다. 중력을 거슬러 날아오를 때의 경이로운 느낌과 빛의 효과를 절묘하게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작가다. 이들의 공통점은 캘리포니아 남부가 고향이며 ‘빛’을 다룬다는 점. 용산구 이태원로 페이스갤러리 서울이 이들을 모아 그룹전 ‘벤딩 라이트(Bending Light)’를 열고 있다. 참여작가 중 유일한 미국 동부 태생은 댄 플래빈(1933~1996)이다. 공산품인 형광등을 순수예술의 소재로 택한 것으로 유명한 ‘교과서급’ 작가다. 한줄기 빛이 공간을 장악하고 경이로운 색이 온몸을 뒤흔드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들은 1971년 UCLA에서 열린 그룹전을 계기로 미국에서 전개된 ‘빛과 공간 운동’을 이끌었고 ‘빛의 거장’으로 추앙받고 있다. 미술사적 의미가 큰 전시인 데다 빛으로 ‘코로나 블루’를 날리기에도 제격이다. 8월14일까지.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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